정부의 비급여 관리 강화와 비대면진료 확대 정책을 놓고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도수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획일적으로 제한하면서 환자의 치료 선택권을 위축시키는 한편, 직접 진찰이 중요한 척추질환까지 비대면진료를 확대하면 진단 오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회장 최순규)는 25일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제42차 추계학술대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관리급여제도와 비대면진료 추진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의사회는 획일적인 규제가 환자의 치료 기회를 줄이고, 개원가의 경영 부담과 의료 인력의 고용 불안까지 초래할 수 있다며 제도 전반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보존적 치료 제한, 환자 선택권 위축시킬 것"
먼저 전인호 총무및재무위원장은 척추질환 치료에서 수술뿐 아니라 신경차단술과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등 보존적 치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고 기능을 회복시켜 수술을 피하거나 늦출 수 있는 치료 선택지인 만큼, 획일적인 기준으로 이용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전 위원장은 2000년대 초반 척추수술 급증 논란 이후 국내 진료 환경이 다양한 비수술적 치료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고 설명했다. 영상검사 결과가 비슷하더라도 통증의 정도와 신경학적 증상, 일상생활의 제약은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치료 필요성을 횟수와 가격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보존적 치료 기회가 줄어들면 비수술적 치료로 관리할 수 있는 환자도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며, 단기적인 의료비 지출 감소만으로 관리급여제도의 효과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치료 선택지가 축소돼 수술이나 추가 치료로 이어질 경우 장기적인 의료비 부담이 오히려 커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관리급여제도 도입 이후 의료 현장의 부담도 제기됐다. 최순규 회장은 조사 결과를 인용해 물리치료사의 약 48%가 급여 삭감을 경험했고, 인원 감축 11%, 실업 8%, 직종 변경 3% 등의 영향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대형병원에서도 도수치료실을 폐쇄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관리급여가 치료 수요뿐 아니라 의료기관 운영과 관련 인력의 고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휼 법제및보험이사는 관리급여의 적용 기준과 제도 설계가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오남용 방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명확한 기준 없이 본인부담률 95%를 적용하는 방식으로는 과잉진료 관리와 환자 보호를 함께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7월 도입된 도수치료 15회 제한과 관련해 수술 전 치료와 수술 후 재활, 만성 통증 관리 등 환자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기준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해진 횟수를 조기에 소진해 추가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원 역사출판및간행위원장은 지역 진료 현장의 어려움도 전했다. 육체노동자의 경우 빠른 일상 복귀가 중요하지만, 기계적인 치료 선행 기준으로 인해 생업을 중단하고 반복적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척추·신경질환은 직접 진찰 중요"…비대면진료 우려
관리급여 적용 이후 다른 비급여 진료로 수요가 이동하는 현상을 '풍선효과'로 해석하는 데 대해서도 의료계는 반론을 제기했다.
최 회장은 특정 치료가 제한됐다고 해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돌려보낼 수는 없다며, 환자 상태에 따라 약물치료나 주사치료 등 다른 치료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의사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지규열 신입이사영입위원장도 충분한 검토와 연착륙 과정 없이 치료 횟수와 가격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다른 치료로 수요가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적 규제가 낳은 부작용을 또 다른 규제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비대면진료 확대에 대해서는 환자의 증상과 신경학적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우려를 나타냈다.
최 회장은 특히 고령 척추질환 환자는 의사와 반복적으로 대화하며 통증 양상과 증상 변화를 확인하고, 신경학적·이학적 검사를 거쳐야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고령 환자는 척추질환 외에도 다른 신체 질환이나 정신건강 문제가 함께 나타날 수 있어 제한된 정보만으로 진단할 경우 질환을 제대로 감별하지 못하거나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는 있지만, 직접 진찰이 필요한 환자까지 폭넓게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의료 접근성을 높이려는 정책이 오히려 진단의 정확성과 환자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척추 수술에 대한 보상 체계 개선도 과제로 제시됐다. 지 위원장은 "고령 환자와 재수술 증가로 척추 수술의 난이도와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재 중증도 산정 체계에서 척추 분야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정형외과 등 관련 학회와 협력해 중증도 관리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척추 중증 수술에 대한 합리적인 수가 보전 방안을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 역시 "우리나라는 문을 열고 나가면 10분 만에 신경외과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우수한 의료 인프라를 지키려면 국민과 의사의 진료 선택권을 제한하는 방향이 아니라,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가 적절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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