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규제가 추진되는 가운데, 의학적 필요성이 큰 제2형당뇨병 환자의 치료 접근성은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용 목적의 체중 감량과 당뇨병 치료를 구분하지 않은 일률적인 규제가 필요한 환자의 치료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15일 당뇨병 치료제의 오·남용 방지를 위한 안전관리 강화와 함께, 제2형당뇨병 환자의 의학적 필요를 반영한 건강보험 급여기준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당뇨병 관련 연간 진료비는 약 3조7000억원에 달한다.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6'에서도 2023~2024년 자료를 기준으로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약 565만명, 당뇨병 전단계 인구는 약 1177만명으로 집계됐다. 당뇨병 또는 당뇨병 전단계에 해당하는 성인이 약 1700만명에 이르는 셈이다.
당뇨병은 혈당 관리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만성콩팥병, 실명, 하지 절단 등 중증 합병증 위험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특히 일부 인크레틴 계열 약제는 특정 제2형당뇨병 환자에서 혈당과 체중 조절뿐 아니라 심혈관·신장 관련 임상 결과 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학회는 현재 건강보험 급여기준이 축적된 임상 근거와 환자별 치료 필요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약제비만을 기준으로 급여 여부를 판단하기보다 합병증 예방에 따른 진료비 절감과 생산성 손실 감소 등 장기적인 사회경제적 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비만치료제 일부가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관리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비의료적 사용을 차단하되 당뇨병 치료 목적의 사용까지 위축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용 목적의 체중 감량을 위한 무분별한 사용, 타인의 처방약 사용, 불법 해외 구매와 판매 등은 엄격히 관리해야 하지만, 이를 제2형당뇨병 치료와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처방과 유통 단계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의학적 필요성이 큰 환자에게는 적절한 치료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학회는 비급여 처방을 포함한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점검을 강화하고, 불법 온라인 판매와 해외 의약품 반입에 대한 관리·감독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환자 교육과 적정 처방 기준을 마련하고, 심혈관·신장 위험도와 비만 여부, 기존 치료 반응 등을 고려해 급여기준을 단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급여 확대의 효과를 평가할 때도 단순한 약제비 증가 여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합병증 발생 감소와 의료비 절감, 환자의 삶의 질 개선 등 치료로 얻을 수 있는 편익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래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은 "오·남용은 처방과 유통 단계에서 촘촘히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비만의 미용 목적 사용과 2형당뇨병 치료를 구분하지 않는 일률적 규제는 필요한 치료의 접근성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의학적 필요가 큰 2형당뇨병 환자부터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단계적으로 개선하고, 그에 따른 합병증 예방과 사회경제적 편익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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