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이 더 이상 중장년층만의 질환이 아니다.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젊은 연령층의 대장암 발생이 빠르게 늘면서 조기 발견과 생활습관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 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20~39세 대장암 신규 발생자는 2018년 864명에서 2023년 1948명으로 5년 사이 125%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40대와 50대의 신규 환자 증가율은 각각 42.9%, 9.8%였다.
젊은층에서 증가 폭이 두드러지는 만큼 평소 식습관과 체중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 국가암검진의 대장암 검진 대상은 만 50세 이상이어서 20·30대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 검사를 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소화기내과 손효문 부원장은 "젊은 대장암 증가는 식생활과 대사 위험이 겹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가공육·당류·지방은 많고 식이섬유 섭취가 부족한 식사에 복부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이 더해지면 대장 점막이 염증과 증식 신호에 반복적으로 노출돼 선종이 암으로 진행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대장암은 결장과 직장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을 말한다. 대개 대장 점막에 생긴 용종, 특히 선종이 오랜 기간에 걸쳐 암으로 진행하면서 발생한다. 가족력과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식습관, 비만, 음주, 흡연, 신체활동 부족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젊은층 대장암 증가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식습관 변화다. 배달음식과 외식이 늘면서 가공육과 지방, 정제 탄수화물 섭취가 많아지고 채소 섭취는 줄어들기 쉽다. 여기에 야식과 과식, 잦은 음주까지 겹치면서 대장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가공육을 대장암과 관련된 1군 발암요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가공육 섭취와 대장암 위험의 연관성도 여러 연구를 통해 보고됐다. 육류에 포함된 헴철은 장내 N-니트로소화합물 생성과 지질 과산화를 촉진할 수 있으며, 고지방식으로 담즙산 분비가 증가하면 장내 미생물에 의해 생성된 이차 담즙산이 장 점막의 염증과 세포 증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채소와 과일 섭취 부족도 문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하루 과일·채소 500g 이상 섭취율은 19~29세 남성 9.8%, 여성 9.1%, 30~39세 남성 17.5%, 여성 13.5%에 그쳤다. 과일과 채소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내 환경과 배변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충분한 섭취는 대장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케이크와 빵, 아이스크림, 가당음료 등 당류가 많은 식품과 초가공식품을 자주 섭취하는 식습관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2021년 국제학술지 Gut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가당음료를 하루 2회분 이상 섭취한 여성의 조기 발병 대장암 위험이 주 1회 미만 섭취한 여성보다 2.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BMJ에 게재된 연구에서도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가장 많은 남성군에서 대장암 위험이 가장 적은 남성군보다 29% 높게 나타났다.
비만 역시 주요 위험요인이다. 대한비만학회의 2025 비만 팩트 시트에 따르면 2023년 비만 유병률은 20대 32%, 30대 42%로 나타났다.
복부와 내장지방이 늘면 인슐린 저항성과 만성적인 염증 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신체활동 부족과 불규칙한 생활이 더해지면 대장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젊은 대장암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늦은 진단이다. 혈변이나 배변 습관 변화가 나타나도 젊다는 이유로 치질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생각해 진료를 미루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고 신호는 선홍색 또는 검붉은 혈변이다. 육안만으로는 치질에 의한 출혈과 대장 종양에 의한 출혈을 구분하기 어렵다. 출혈이 반복된다면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갑자기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거나 변이 가늘어지고, 배변 후에도 변이 남은 듯한 잔변감이 지속되는 경우도 살펴야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줄거나 지속적인 피로감이 나타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 오른쪽 대장에 암이 발생하면 눈에 띄는 혈변 없이 미세한 출혈이 지속될 수 있다. 이 경우 철결핍성 빈혈이나 만성 피로가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손효문 부원장은 "젊은 환자의 혈변은 치질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하기 쉬운데, 출혈이 반복되면 대장내시경으로 출혈 부위를 직접 확인해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습관부터 바꿔야 한다. 가공육 대신 생선과 두부, 콩, 달걀 등 다양한 단백질 식품을 선택하고 흰밥이나 면류의 일부를 통곡물로 바꾸는 방식이다. 매끼 채소를 곁들이고 디저트와 가당음료는 섭취 횟수와 양을 줄이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도 중요하다. 평소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고 주 2회 정도 근력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금연과 절주, 규칙적인 수면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젊다는 이유만으로 이상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대장암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을 수도 있지만, 혈변이나 지속적인 배변 변화, 원인 모를 빈혈 등이 나타난다면 연령과 관계없이 의료진과 상의해 필요한 검사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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