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EI '농지임대차 시장분석과 개선과제' 연구

이원식 기자 2026.09.08 09:57:02

농지임대차 시장은 축소되고 대규모 농가에 집중돼 있어 앞으로 농지의 실질적 이용 중심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우리나라 농지임대차 시장의 구조와 변화를 분석하고 농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정책과제를 제시한 '농지임대차 시장 분석과 개선과제'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진은 통계·계량 분석과 농업인·비농업인 설문조사 등을 통해 농지를 빌리고 빌려주는 주체의 특성과 현행 농업·농지 정책이 임대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국가데이터처의 농지임대차조사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농지임대차 시장은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가운데 임차농지가 일부 대규모 농가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농지임차면적은 2013년 정점을 기록한 이후 감소 추세를 보였다. 연구진이 농림어업총조사 자료를 이용해 산출한 임차면적 지니계수는 2000년 0.54에서 2020년 0.66으로 높아졌다. 특히 10ha 이상 농가가 전체 임차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6%에서 2020년 25%로 높아지는 등 임대차 시장 내부의 집중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농지임차 수요는 농업소득, 특히 쌀 소득이 높고 경영주 연령이 50대 이하인 농가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부채가 많은 농가도 농지를 직접 구입하기보다 임차를 통해 영농규모를 확대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농지임대 공급은 농외소득과 자산이 많고 농업소득이 낮은 고령농·은퇴 준비농이 주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부채가 3억 원 이상인 농가는 부채 상환 부담으로 영농을 계속하는 경영 고착 현상이 나타나 농지임대 공급이 제한될 가능성이 확인됐다. 그리고, 농지임차 의향에는 경제적 수익성뿐 아니라 지역 내 정보 접근성과 임대인과의 신뢰관계, 계약의 안정성 등 사회적·제도적 요인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지역 내 신뢰관계와 안정적인 계약에 대한 인식은 수익성에 대한 인식보다 임차 의향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직불금 등 현행 정책이 농지임대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도 주목했다. 계량분석 결과, 최근 농지임대차 시장의 급격한 축소에는 2020년 소농 직불금 도입 등에 따른 소규모 농가의 자경 확대가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직불금 수령 등을 목적으로 한 형식적 자경이나 위탁영농이 늘어나면 임대차 시장에 공급되는 농지가 줄어들어 청년농과 신규 농업인, 규모 확대를 원하는 전업농의 농지 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연구진은 농지정책의 초점을 소유와 형식적 자경에서 실질적인 농지 이용과 안정적인 임대차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일정 연령 이상의 고령농이 농지은행을 통해 농지를 장기 임대할 경우 직불금 일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농지연금 가입 요건 완화 및 지급액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안정적인 영농 은퇴를 지원하는 방안이다. 임대인에게는 원상복구 보증 등을 제공해 농지를 빌려주는 데 따른 불안도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광석 연구위원은 "농지임대차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지보다 실제 농업에 효율적으로 이용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농지은행의 역할을 단순한 농지 중개에서 분쟁 중재, 법률 자문, 원상복구 보증 등을 제공하는 종합 서비스로 확대하고, 청년농과 신규 농업인이 지역의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지 않고 필요한 농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원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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