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브스턴스'에서는 노화로 설 자리를 잃은 주인공이 정체불명의 약물을 통해 젊은 신체를 만들어낸다. 영화적 상상에 불과하지만, 현실의 바이오·의료 분야에서도 '내 몸에서 얻은 조직과 성분을 다시 의료 소재로 활용한다'는 연구가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피부와 지방조직에서 얻은 세포외기질(ECM)과 줄기세포, 엑소좀 등을 활용해 피부 노화와 재생 가능성을 확인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한 안티에이징을 넘어 인체와 유사한 인공피부를 만드는 데까지 연구 영역이 확장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소재 가운데 하나가 세포외기질(ECM)이다. ECM은 세포 주변을 둘러싸면서 세포가 부착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구조물로, 콜라겐과 엘라스틴 등 다양한 단백질과 생체 구성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피부의 구조와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최근에는 피부에서 얻은 ECM을 활용해 피부 재생과 노화 개선 가능성을 확인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월 연세대 공동연구팀은 피부에서 얻은 ECM을 진피세포가 성장하는 환경에 적용해 피부 재생과 보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콜라겐과 엘라스틴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현이 증가하면서 피부 노화 개선 소재로서의 가능성이 확인됐다.
즉 단순히 피부 표면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 피부가 재생되는 미세환경 자체를 조절하는 접근이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방조직 역시 재생의학 분야에서 주목받는 인체 유래 소재다. 지방조직에는 비교적 많은 양의 줄기세포가 존재하며, 지방유래 줄기세포와 이로부터 얻은 엑소좀(세포외소포체의 일종)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방유래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엑소좀은 피부 노화와 주름, 탄력, 수분 개선 등과 관련한 전임상 및 임상 연구가 이어지면서 피부 재생 분야의 관심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365mc 지방줄기세포센터 김정은 대표원장은 "지방은 다른 조직에 비해 줄기세포가 풍부할 뿐 아니라 다양한 생체 구성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재생의학 분야에서 연구 가치가 높은 조직"이라며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부터 미용의료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기대되는 만큼 앞으로도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검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체 유래 소재를 활용한 연구는 안티에이징에만 머물지 않는다. 실제 사람의 피부와 유사한 조직을 만들어 치료에 활용하려는 연구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일본 니폰의대 연구팀은 사람 피부에서 세포를 제거해 만든 무세포 진피기질(ADM)에 화상 환자의 피부세포를 배양해 인공피부를 제작했다. 이후 3도 화상 환자 4명에게 이식한 결과 높은 생착률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국내에서도 인체 유래 조직을 활용한 인공피부 개발에 시동이 걸렸다.
365mc와 분당서울대병원, 모닛셀은 최근 '인체 지방유래 ECM 기반 차세대 인공피부 모델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체 지방은 세포를 제거하더라도 콜라겐과 엘라스틴 등 조직을 구성하는 다양한 성분이 남는다는 점에서 인공피부 소재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최근 배양기술과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공피부 제작 기술 역시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실제 사람 피부의 복잡한 구조와 물성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인체 지방에서 얻은 ECM을 활용해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연구는 향후 피부 재생과 인공피부 개발, 신약 및 의료기술 연구를 위한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365mc 김남철 대표이사는 "지방 등 인체 유래 조직은 다른 소재와 비교해 생체 적합성이 높고 실제 사람의 조직과 유사한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 가치가 크다"며 "앞으로도 지방이 가진 다양한 가능성을 발굴하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면밀하게 검증해 재생의학과 인체공학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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