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고 고령 운전자 속 '침묵의 위험군' 가려낸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 교육 기간 및 기호잇기검사로 고위험군 선별 법 제시

홍유식 기자 2026.08.24 17:45:24

사고 이력이나 법규 위반 기록이 전혀 없는 고령 운전자 중에서도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침묵의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는 손쉬운 평가 기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한지원 교수 연구팀은 한국 인지노화·치매 코호트 연구(KLOSCAD)에 참여한 60세 이상 남성 운전자 1673명을 대상으로 2년간 추적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노인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 최신호에 게재됐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2020년 3만1072건에서 2024년 4만2369건으로 대폭 증가했으며, 타 연령대 대비 높은 치사율을 보여 선제적인 고위험군 선별 체계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연구팀이 대상자들의 과거 3년간 교통법규 위반 및 사고 경험 설문과 이후 2년간의 경찰청 실제 사고 기록을 대조 분석한 결과, 전체의 17.3%(290명)가 본인 과실의 인적 피해 사고를 일으켰다. 설문 점수가 1점 높을수록 실제 사고 위험은 1.28배 늘어나 자가 보고식 이력 조사가 미래 사고 예측에 유효함을 입증했다.

'기호잇기검사'와 같은 원리의 유사 검사지. 숫자와 글자를 번갈아 순서대로 연결하며 주의를 옮겨가는 능력을 확인한다.

그러나 사고를 낸 290명 중 38.3%에 달하는 111명은 사전 설문에서 법규 위반이나 사고 경험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침묵의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동거 가족조차 위험 신호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해(가족 응답자의 94.3%가 무위반·무사고로 인식), 기존의 자기보고나 가족 제보 방식으로는 가려내기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에 연구팀은 사고 및 위반 이력이 없는 876명을 대상으로 인지기능과 교육 수준 등을 종합 재분석했다. 그 결과 교육 기간이 9년 이하(중졸 이하)이면서 복잡한 주의 전환 능력을 측정하는 '기호잇기검사' 수행 시간이 180초 이상인 운전자의 사고율은 20.9%로 집계됐다. 이는 두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운전자(9.1%)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김기웅 교수는 "사고 이력이 없다고 해서 안전을 담보할 수 없음을 확인했다"며 "이번 연구는 고령 운전자 전체의 면허를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밀 평가가 필요한 고위험 소수를 정확히 선별함으로써 대다수 고령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1저자인 한지원 교수는 "교육 기간 확인과 약 2분이 소요되는 기호잇기검사만으로 진료실이나 면허 갱신 현장에서 고위험군을 유효하게 가려낼 수 있다"며 "향후 여성 운전자 및 다양한 운전 환경으로 범위를 확장하는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김기웅·한지원 교수
홍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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