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처방약이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조제되더라도 의사가 이를 즉시 확인하기 어려운 현행 통보체계에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처방의가 변경 사실을 모른 채 진료를 이어갈 경우 약물 부작용이나 약화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내과의사회는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 제도의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검체검사 수가 개편이 강행될 경우 내과의원의 경영난이 심화돼 줄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18일 열린 제29회 정기총회 및 추계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와 검체검사 위·수탁 수가 개편 등 주요 의료현안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먼저 의사회는 대체조제 사후통보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처방의가 약 변경 사실을 파악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약국에서 대체조제가 이뤄져도 의료진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포털에 직접 접속해 내역을 조회해야 확인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대한내과의사회 이태인 공보이사는 기존 전화나 팩스 등을 통한 직접 통보 방식과 달리, 현행 체계에서는 의료진이 별도로 조회하지 않으면 대체조제 사실을 놓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의료진조차 관련 내역을 어디에서 확인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곽경근 회장은 "대체조제 사실을 제때 확인하지 못하면 환자가 실제 복용하는 의약품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약물 이상반응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응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공보이사도 "권한이 있는 곳에 책임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권한과 책임이 분리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취지로 현행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이에 따라 환자의 명시적 동의 절차를 마련하고, 대체조제가 이뤄지면 처방의에게 관련 사실이 신속하게 전달되는 통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가 심평원 포털에 직접 접속해 확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시간 또는 신속한 양방향 통보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현호 대한내과의사회 총무부회장 역시 심평원 포털에 정보를 입력하는 것만으로는 적극적인 통보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처방의가 직접 접속해 조회하지 않는 이상 대체조제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단순한 정보 저장을 넘어 실제 진료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통보체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의사회는 검사 전 동의서를 받는 것처럼 대체조제 과정에서도 환자의 명시적 동의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DAW(Dispense As Written)'처럼 처방된 의약품 그대로 조제하도록 하는 제도 등을 참고해 처방의의 의사가 실제 조제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체검사 수가 개편 강행 땐 내과의원 줄폐업 우려
내과의사회는 검체검사 위·수탁 수가 개편 역시 내과의원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현안으로 꼽았다.
특히 충분한 현장 의견 수렴과 영향 분석 없이 수가 개편을 강행할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익 구조가 악화하고, 결국 내과의원의 연쇄적인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기관의 검사 관련 수익만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환자들이 이용하는 일차의료 기반 자체가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협의 실무를 맡고 있는 조원영 총무이사(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건정심 소위 및 본회의에서 검체 판단 및 설명을 '임상병리검사 판독·분석료' 형태로 보상하는 조건부 보상 항목 의결이 추진되고 있다"며 "위탁의료기관의 임상의사가 동일 검사라도 환자 상태에 따라 정상·비정상을 종합 판단하고 설명하는 가치를 복지부 재정영향평가를 거쳐 반영하기로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평원·공단 중심의 분리 지급 방식에 대해 "위탁·수탁기관 코드 페어링 오류나 재위탁 문제 등 행정적 허들이 상당하다"며 "행정 부담을 위탁기관에 전가하지 말고 단순화된 정산 모델을 갖춘 뒤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현호 총무부회장 역시 제도 개편에 따른 내과의 구조적 불이익을 짚었다.
조 총무부회장은 "위탁검사관리료 10% 폐지분을 기본 진찰료로 전환하는 방안은, 전체 검체 검사의 40%를 차지하면서도 초·재진 비중은 20%에 못 미치는 내과 입장에선 심각한 역차별이자 손해"라며 "만성질환, 산정특례 및 다빈도 질환 환자를 진료하는 동네의원들이 복잡한 허들 없이 손쉽게 수가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복지부 협의체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끝까지 관철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내과의사회는 결의문을 낭독하고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정책 철회를 강력 촉구했다.
의사회는 결의문을 통해 ▲검체검사 위·수탁 수가 개편 일방통행 중단 및 재정 전액 온전 보상 ▲약물 오남용 방조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중단 및 12월 본사업 철회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 파트너십 보장 및 인두제·총액계약제 변질 방지 ▲의약분업 근간 흔드는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 철회 및 명시적 동의 절차 복원 등을 요구하며 대정부 투쟁 의지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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