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약개발·GLP-1 비만약 '양 날개'… K-제약바이오, R&D 패러다임 대전환

초개인화·고령화 시대의 돌파구, AI 모델 구축부터 국산 1호 비만신약 허가까지 속도전

홍유식 기자 2026.10.08 16:31:25

초개인화와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빠르게 재편되면서 제약바이오산업의 연구개발 전략도 근본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신약개발 전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GLP-1 기반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며 '투 트랙'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 신약개발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허가까지 장기간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대표적인 고위험 산업으로 꼽혔다. 그러나 AI 기술이 연구개발 전반에 접목되면서 단백질 구조 예측과 후보물질 탐색은 물론 임상 설계, 적응증 확장, 약물 재창출 등 신약개발 프로세스 전반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AI, 신약개발 전 과정으로 확장

AI 신약개발은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새로운 치료 표적과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핵심 연구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 베네볼런트AI와 협력해 만성 신장질환과 심부전 치료 표적을 발굴하는 등 AI 기반 공동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인실리코 메디슨 등도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해 전임상 연구 기간을 단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제약사와 AI 기업 간 협력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융합연구원을 중심으로 진행된 협력 연구는 160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종근당은 시흥 배곧지구에 AI 연구 인프라를 결합한 바이오복합연구단지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한양행·대웅제약·한미약품 등은 딥러닝 기반 스크리닝 플랫폼을 연구개발에 도입하고 있다.

독자적인 AI 모델 확보를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형 단백질 구조 예측 파운데이션 모델인 'K-폴드(K-Fold)' 구축을 통해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단백질 구조 예측과 후보물질 발굴 역량을 내재화하려는 시도다. 가상 임상과 약물 재창출 기술을 활용해 임상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기존 후보물질의 새로운 적응증을 발굴하려는 연구도 확대될 전망이다.

국산 1호 GLP-1 비만신약 허가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시장에서는 국산 신약의 상용화와 차세대 기술 경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가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심혈관질환 등 적응증 확대와 경구제 개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의 '에페오토인젝터주'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국산 신약 45호이자 국내 최초의 국산 GLP-1 비만치료제로 이름을 올렸다. 성분명은 에페글레나타이드로, 주 1회 투여하는 피하주사 제형이다. 국내 환자 특성에 맞춘 만성 체중 관리 적응증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국산 비만치료제 시장의 본격적인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한미약품은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GLP-1·GIP·글루카곤을 동시에 자극하는 삼중작용제 'HM15275'를 비롯해 체중 감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근손실을 줄이기 위한 병용요법 연구를 진행하며 차세대 비만치료제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환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제형 혁신도 주요 경쟁 요소로 부상했다. 유한양행과 대웅제약은 투여 간격을 늘린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마이크로니들 패치 등 차세대 제형 개발에 나서고 있다. 주사 횟수를 줄이거나 투여 방식을 개선해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동아에스티와 일동제약은 복용 편의성을 높인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후보물질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주사제 중심으로 형성된 현재의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경구제 개발에 성공할 경우 환자 접근성과 시장 확장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AI 기반 신약개발과 GLP-1 비만치료제는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축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AI는 신약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비만치료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즉각적인 사업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다.

업계 관계자는 "AI를 통한 연구 효율화와 GLP-1 기반 비만치료제 개발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제약사의 생존과 직결된 핵심 R&D 경쟁력"이라며 "국산 1호 GLP-1 비만신약 허가와 독자적인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K-바이오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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