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COPD, 2년 금연하니 우울증 위험 60% 감소

서울성모병원·서울대병원, COPD 신규 진단 환자 5671명 장기 추적

김아름 기자 2026.09.11 16:37:00

(좌측부터)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두장호 학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가 금연을 오래 지속할수록 우울증 발생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증 COPD 환자에서는 그 효과가 더욱 뚜렷했다. 진단 후 2년 이상 금연을 유지한 환자의 우울증 발생 위험이 계속 흡연한 환자보다 약 60% 낮았다. 단순히 금연을 시작하는 것보다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가 정신건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과 서울대병원 공동 연구팀은 새롭게 COPD를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금연 지속기간과 이후 우울증 발생 위험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Respiratory Medicine에 게재했다.

공동 교신저자는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다. 제1저자는 서울의대 본과 4학년 두장호 학생과 의과학과 유지원 연구원이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자료를 활용해 2003~2014년 새롭게 COPD를 진단받은 성인 5671명을 분석했다. 전체 대상자는 평균 8~9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추적 기간 동안 603명에서 새롭게 우울증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병원 기록에서 우울증에 해당하는 ICD-10 상병코드 F32~F33 진단과 항우울제 처방이 동시에 이뤄진 경우를 신규 우울증으로 정의했다.

대상자는 COPD 진단 전후 흡연 패턴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눴다. △진단 전후 계속 흡연한 '계속 흡연군' △진단 후 2년 미만 금연한 '단기 금연군' △진단 후 2년 이상 금연을 유지한 '장기 금연군' △처음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은 '비흡연군'이다.

분석 결과는 뚜렷했다. 진단 후 2년 이상 금연을 지속한 장기 금연군은 계속 흡연군보다 우울증 발생 위험이 34% 낮았다(aHR 0.66; 95% CI 0.45–0.97). 장기 금연군에서는 579명 가운데 35명에게 우울증이 발생했다. 발생률은 1000인년당 8.4명이었다.

반면 계속 흡연군에서는 1,138명 중 114명에서 우울증이 발생했고, 발생률은 1000인년당 12.0명이었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금연 효과가 모든 금연군에서 동일하게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2년 미만 금연한 단기 금연군에서는 계속 흡연군과 비교해 우울증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아지지 않았다. 애초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비흡연군 역시 계속 흡연군과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단순히 흡연 여부보다 COPD 진단 이후 금연을 장기간 지속하는 행위 자체가 우울증 위험 감소와 연관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즉, 한두 번의 금연 시도보다 장기간 금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금연 초기에는 니코틴 의존과 금단 증상 등으로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장기간 금연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금연의 정신건강상 이점은 중증 COPD 환자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중증 COPD 환자 가운데 진단 후 2년 이상 금연한 장기 금연군은 계속 흡연군에 비해 우울증 발생 위험이 약 60% 낮았다(aHR 0.40; 95% CI 0.20–0.82).

여러 하위그룹 분석에서도 일부 집단에서 이러한 연관성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남성, 65세 미만, 동반질환이 적은 환자, 소득수준이 높은 환자, 체질량지수(BMI) 25kg/㎡ 미만인 환자에서 효과가 확인됐다.

COPD는 호흡곤란과 운동능력 저하 등으로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줄 수 있는 만성질환이다. 질환 자체가 환자의 정신건강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연과 우울증의 연관성은 임상적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장기간 금연을 유지하면 니코틴에 의해 영향을 받던 도파민과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회복되고, 체내 염증 반응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연 초기에는 금단 증상 등이 지속될 수 있어 정신건강 측면의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봤다.

박상민 서울대병원 교수는 "COPD 진단은 환자에게 생활습관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단순히 금연을 시도하는 것을 넘어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의미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특히 중증 COPD 환자에서 금연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 점에 비춰볼 때 COPD 치료에서 금연 상담과 동시에 정신건강 케어를 병행하는 데 의학적 근거로 본 연구가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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