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4주 내 전장유전체 검사…희귀유전질환 조기 발견 나선다

서울아산병원·국립보건연구원, 일반 신생아 대상 '아기지기' 프로젝트 본격화

김아름 기자 2026.09.11 11:06:42

(왼쪽부터)이범희, 김자혜, 황수진 교수

증상이 나타나기 전 희귀유전질환을 찾아내 치료 시기를 앞당기는 신생아 유전체 선별검사가 국내에서도 본격화된다.

서울아산병원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일반 신생아를 대상으로 전장유전체를 분석해 수백 종의 희귀유전질환을 조기에 찾아내고, 이를 토대로 한국형 신생아 유전체 선별검사 체계를 구축하는 연구에 나선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이범희·김자혜·황수진 교수팀은 국립보건연구원과 함께 추진하는 신생아 유전체 선별검사 프로젝트 '아기지기(AGIJIGI)'의 참여자 모집을 지난 8월부터 본격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생후 28일 이내의 일반 신생아를 대상으로 전장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실시해 치료가 가능한 희귀유전질환을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발견하고, 유전체 기반 선별검사의 임상적·경제적 유용성을 검증하는 국가 공중보건사업이다. 연구팀은 올해 500명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총 1800명의 신생아를 모집할 계획이다.

희귀유전질환은 질환이 발현되기 전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시작할 경우 예후를 크게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신생아 선별검사는 검사 대상 질환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약 50종의 선천성 대사이상질환과 6종의 리소좀 축적질환, 청각 선별검사 등이 시행되고 있다.

반면 전장유전체 분석은 신생아의 유전정보 전반을 분석해 기존 선별검사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다양한 유전질환을 한 번에 탐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아기지기 프로젝트에서는 앞선 시범사업을 통해 선정된 필수 647개, 선택 136개 유전자를 중심으로 총 700여 희귀유전질환 관련 유전정보를 분석한다. 단순히 유전변이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과 치료 가능성 등을 임상적으로 평가해 선별검사로서의 유용성을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연구에는 서울아산병원을 주관 연구기관으로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분당차병원, 세종충남대병원, 부산양산대병원 등 전국 6개 병원이 참여한다. 연구팀은 지난 4월부터 다학제 협의체 구성과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 참여자 모집 및 유전체 상담 체계 마련 등 연구 수행을 위한 준비를 진행해 왔다.

8월부터는 실제 신생아를 대상으로 참여자 모집에 들어갔다. 참여자 모집과 연구 관련 교육은 사업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국립보건연구원이 진행한 시범사업을 토대로 추진된다. 국립보건연구원은 2025년 시범사업을 통해 국내 신생아 선별검사에 적용할 질환과 유전자를 선정하고, 보호자 동의 체계와 임상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하며 한국형 신생아 유전체 선별검사(K-gNBS)의 연구 기반을 구축했다.

연구팀은 이번 본사업을 통해 실제 신생아를 대상으로 유전체 기반 선별검사의 진단 효율성과 임상적 유용성, 경제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향후 국가 정책으로 도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미국과 영국, 유럽 등에서도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전장유전체 선별검사의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의 의료환경과 유전적 특성을 고려한 선별검사 운영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범희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교수는 "전장유전체 기반 신생아 선별검사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치료가 가능한 희귀유전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적기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형 신생아 유전체 선별검사 운영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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