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피부질환 겪은 성인 46%…전문의 진료는 18%에 그쳐

대한피부과학회, 대국민 설문조사로 손 피부질환 경험·삶의 질·전문의 인식 조사
손습진·건선 등 증상 비슷, 정확한 감별진단 중요…"자가치료보다 전문의 찾아야"

김아름 기자 2026.09.10 13:50:11

손 피부질환을 경험한 성인 상당수가 일상생활과 정신건강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질환의 영향에 비해 실제 피부과 전문의를 찾는 비율은 크게 낮아 손 피부질환에 대한 국민 인식과 의료이용 행태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 3년 이내 손 피부질환 증상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45.8%에 달했고, 이 가운데 67.2%는 삶의 질이 저하됐다고 답했다. 반면 증상이 생겼을 때 피부과 전문의원을 가장 먼저 찾았다는 응답은 18.1%에 불과했다. 손 피부질환 치료에 가장 적합한 의료진으로 피부과 전문의를 꼽은 비율은 94.9%로 나타나, 전문의에 대한 높은 신뢰가 실제 진료 이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피부과학회(회장 이지범)는 10일 서울 더 플라자호텔에서 제24회 '피부건강의 날'을 맞아 '소중한 나의 손, 피부과 전문의와 함께'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손 피부질환의 정확한 진단 및 치료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피부건강의 날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신체 부위 가운데 하나인 '손'에 초점을 맞췄다. 단순한 피부 트러블로 여겨지기 쉬운 손 피부질환이 실제로는 가사와 직장생활, 대인관계는 물론 삶의 질과 정신건강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질환별 정확한 감별진단과 적절한 치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포레피부과 이하은 원장

손 피부질환 경험자 67.2% "삶의 질 떨어졌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것은 손 피부질환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였다. 포레피부과 이하은 원장은 최근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45.8%가 최근 3년 이내 가려움, 갈라짐, 수포, 진물, 각질 등 손 피부질환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손 피부질환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또는 '매우 크다'고 답한 비율은 무려 85.1%였다. 구체적으로 영향을 받은 영역은 가사 활동이 88.1%로 가장 높았고, 직장 업무 73.8%, 대인관계 69.0%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 손 피부질환 경험자 가운데 67.2%는 질환으로 인해 삶의 질이 저하됐다고 답했으며, 64.6%는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손 피부질환이 단순히 손에 국한된 피부 증상이 아니라 환자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라는 점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심한 경우에는 질환 때문에 결석이나 조퇴, 휴가를 사용하는 등 사회생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과 전문의가 가장 적합"…실제 방문은 18.1%

하지만 이처럼 손 피부질환으로 인한 부담을 호소하면서도 실제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행태는 달랐다. 증상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피부과 전문의원이나 대학병원을 찾았다는 응답은 18.1%에 그쳤다.

가장 많이 선택한 방법은 약국 방문으로 26.4%였으며, 인터넷 검색 21.0%,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14.8%에 달했다. 피부과 전문의를 바로 찾지 않은 이유로는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가 45.6%로 가장 많았다.

질환에 대한 인식 부족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51.6%는 손 피부질환이 질환에 따라 증상이 비슷해 보여도 진단과 치료 방법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반면 피부과 전문의에 대한 인식은 매우 높았다. 94.9%가 손 피부질환 치료에 가장 적합한 의료진으로 피부과 전문의를 꼽았고, 90.4%는 피부과 전문의 진료가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어떤 의료진에게 가야 하는지 모른다'거나 '별것 아닌 증상으로 생각한다'는 인식 때문에 실제 전문 진료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하은 원장은 "이번 조사에서 손 피부질환이 삶의 질과 정신건강 등 일상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전문 진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에 비해 실제 피부과 전문의 방문은 낮은 만큼 증상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조기에 적절한 진료로 이어지도록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의대 피부과 이동훈 교수

만성 손습진 평균 유병 기간 6년…"치료보다 악화요인 관리 중요"

서울의대 피부과 이동훈 교수는 손습진의 진단과 치료를 설명했다.

손습진은 손과 손목에 붉어짐과 각질, 물집, 갈라짐 등이 반복되는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전 세계 성인의 연간 유병률은 9.1%에 이르며, 국내에서도 흔하게 발생한다. 물과 세제 등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의료인과 주부, 미용사, 조리사 등은 손습진 위험이 높은 직업군이다.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1년에 두 번 이상 재발하면 만성 손습진으로 분류한다.

문제는 손습진 역시 하나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극접촉피부염, 알레르기접촉피부염, 아토피 손습진 등이 있으며, 환자의 절반 이상은 두 가지 이상의 유형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직업이나 집안일, 장갑 사용, 손 씻는 횟수 등 생활환경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며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 접촉 알레르기를 확인하기 위한 첩포검사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치료는 증상의 중증도와 원인에 따라 국소 스테로이드와 국소 칼시뉴린 억제제부터 경구 레티노이드, 광선치료, 면역억제제 등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최근에는 비스테로이드성 국소 야누스인산화효소(JAK) 억제제 계열 치료제가 국내 허가되면서 만성 손습진의 치료 선택지도 확대되고 있다.

이 교수는 "증상이 좋아졌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악화되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효과가 없는 연고를 계속 바르며 버티는 것도 흔한 실수"라며 "만성 손습진은 장기적인 조절이 필요한 질환인 만큼 피부과 전문의와 함께 치료 계획을 세우고 증상이 없어도 보습과 피부 보호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피부과학회 이지범 회장

이번 대국민 설문조사는 손 피부질환을 둘러싼 국민의 경험과 인식, 실제 의료이용 사이의 간극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손 피부질환을 경험한 사람은 적지 않았고, 이들 상당수가 일상생활과 삶의 질 저하를 체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초기 단계에서 피부과 전문의를 찾는 비율은 낮았다.

대한피부과학회 이지범 회장은 "손 피부질환은 증상이 비슷해 보여도 원인과 질환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고,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면 만성화되거나 일상과 삶의 질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상이 지속되거나 반복된다면 자가치료에 의존하기보다 조기에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대한피부과학회도 국민이 안전하고 올바른 피부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피부 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김아름 기자
- 강원의료기기, 수출로 존재감 입증…GMES 2026 '4055만달러' 계약
- 노인외래정액제 손질 나선 의협…전국 노인회 찾아 현장 목소리 들어
- 케이메디허브 '의료기술시험연수원' 9월 첫선…교육부터 실기시험까지
- 서울시의사회 "한의사 레이저 사용, 전문 교육·면허범위 따져야"
- "끊어진 삶에 다리를 놓다"… 서울재활병원이 만드는 '전인적 재활'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