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청소하지 않고 꾸밀 수는 없습니다. 피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해결한 뒤에야 그다음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차앤박피부과가 걸어온 길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피부과 전문의의 본질'이다. 새로운 장비와 시술이 쏟아지고 피부·미용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동안에도 차앤박피부과가 놓지 않았던 것은 피부를 제대로 보고,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찾아주는 기본이었다.
박진성 CNP홀딩스 대표이사(압구정 차앤박피부과 대표원장)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30년간 피부과를 운영하며 쌓아온 경험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1996년 출발 당시 차앤박피부과가 주목한 것은 피부과에서는 다소 생소했던 '메디컬 스킨케어'였다. 과거 피부질환은 피부과에서 치료하고, 여드름이나 피부 관리와 같은 문제는 화장품이나 에스테틱에서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차앤박피부과는 이러한 영역을 피부과 진료 안으로 가져왔다. 이후 여드름과 흉터, 색소, 피부 노화 등 피부과가 다뤄야 할 치료 영역을 넓혀왔다.
30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 차앤박피부과는 국내외 23개 지점에서 50여 명의 피부과 전문의가 진료하는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각 지점에서도 단순히 시술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의 피부 상태와 치료 과정을 지속적으로 살피며, 환자 개개인의 피부 문제를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피부주치의'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박 대표이사가 다시 강조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기본'이다.
그는 "처음에는 피부질환이나 피부염 같은 질환을 치료하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레이저를 비롯한 다양한 치료 영역으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피부과가 아닌 곳에서도 여러 시술을 많이 하고, 경쟁도 굉장히 심해져 오히려 피부과 본연의 자세에 더 치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시술부터 권하기보다, 먼저 피부를 제대로 봐야"
박 대표이사가 말하는 전문의의 본질은 단순히 '피부과 전문의가 시술한다'는 의미에 머물지 않는다. 환자의 피부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피부 타입과 병변의 특성에 따라 치료 방법과 순서를 결정하는 것이 전문의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또 같은 피부 고민이라도 원인과 병변의 깊이에 따라 치료법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대표적인 것이 흔히 '점'이나 '잡티'라고 부르는 병변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여도 실제로는 기미·색소성 병변, 비립종, 피지샘 증식, 사마귀 등 원인이 다를 수 있다.
박 대표이사는 "똑같이 튀어나온 병변이라도 피지샘이 늘어난 것인지, 사마귀인지, 비립종인지 구분해야 한다. 병변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정확한 치료가 어렵다"며 "사마귀는 표피에 있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만 제거해야 하고, 너무 적게 제거하면 재발하고 너무 깊게 제거하면 흉터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어떤 레이저를 쓸 것인가'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엇을 치료하는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최근 피부과 진료가 레이저나 주사 중심으로 빠르게 단순화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레이저를 쏘고, 리프팅을 하고, 주사를 맞으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피부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정확하게 제거해야 하는 것은 제거하고, 치료해야 할 것은 치료한 다음에 다른 시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이사가 진료 과정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바로 '집 청소'다. 매일 집 청소를 하지 않고 집을 꾸밀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피부도 마찬가지다. 잡티나 사마귀처럼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그것을 놔둔 채 리프팅이나 다른 시술만 한다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환자 입장에서는 당장 하고 싶은 시술이 따로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의사가 보기에 우선순위가 다른 경우 환자가 원하는 치료를 그대로 해주는 것이 반드시 좋은 진료는 아니"라며 "오히려 '지금은 이것부터 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필요하지 않은 치료라면 하지 말라고 권하는 것이 의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리프팅을 받으러 왔는데 제가 보기에는 사마귀를 먼저 제거하는 것이 훨씬 중요할 수 있다. 그런데 환자 입장에서는 '나는 리프팅하러 왔는데 왜 사마귀를 빼라고 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걸 잡아주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부작용 줄이는 것과 '피부를 보는 검증된 진료'가 중요"
30년 동안 피부과를 진료하면서 박 대표이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또 하나의 원칙은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다. 피부과 시술은 효과만큼이나 개인차가 크고, 같은 시술이라도 환자의 피부 상태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그는 "환자들은 좋아지는 것만 생각하고 오지, 나빠지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로 모든 시술과 레이저에는 부작용 가능성이 있으며, 그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차앤박피부과가 강조하는 것은 획일적인 시술을 피하는 것이다. 환자의 피부가 얇고 민감한지, 마취 과정에서 피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특정 부위가 다른 부위보다 민감한지를 살펴 시술 강도와 방법을 조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이사는 "환자에게 부작용이 한 번 발생하면 그 환자에게는 100%다. 확률이 0.1%라고 해도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나면 100%"라며 "그래서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30년 동안 수많은 피부과가 생겨났다가 사라졌지만 차앤박피부과가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박 대표이사는 '전문성'과 '검증'이라는 두 단어를 꼽았다. 새로운 장비를 가장 먼저 도입하는 것보다 충분히 검증한 뒤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왔다는 것이다.
박 대표이사는 "차앤박피부과 원장들은 조금 보수적인 편"이라며 새로운 기계가 나오면 바로 도입해서 홍보하기보다는 충분히 확인하고 검증된 장비를 사용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는 대표이사 입장에서는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전하면서 "새로운 장비가 나오면 바로 마케팅하고 환자에게 알리고 싶을 수도 있는데, 원장들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으면 잘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안전하고 검증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30년, 세대가 달라도 믿고 찾는 피부과로"
차앤박피부과의 다음 30년은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피부 관리의 영역을 더욱 넓혀가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질환 치료에서 출발해 레이저와 미용 치료로 영역을 넓혀왔다면 앞으로는 환자가 평생 자신의 피부를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피부 주치의'의 역할을 더욱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박 대표원장은 "앞으로 피부과가 해야 할 역할은 더 많아질 것"이라며 "단순히 피부질환을 치료하거나 레이저를 하는 것을 넘어 환자가 평생 피부를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고령화와 함께 피부 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만큼 장기적인 피부 관리와 항노화 영역에서도 피부과 전문의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K-뷰티를 선도하는 역할도 강조하면서 "피부과와 성형외과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분야"라며 "차앤박피부과도 국내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K-뷰티를 더욱 활성화하고 선도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30년 뒤 자신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는 "30년을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지만, 차앤박피부과의 다음 30년에 대한 바람은 분명했다.
그는 "제가 힘이 닿는 데까지 병원을 오래 하고 싶다. 각 원장님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AI든 새로운 기술이든 의료 환경은 계속 변화하겠지만 그 변화에 잘 적응하면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그리고 30년을 돌아본 소회를 묻자 그는 "허튼 길로 갔다면 아마 문을 닫았겠죠. 허튼 길 가지 않고 자리를 지키면서 환자들이 계속 찾아와 주셨다는 것만으로도 '그래도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신, 다시 초심을 이야기하는 이유다. 차앤박피부과가 준비하는 다음 30년의 핵심 역시 새로운 장비나 화려한 시술이 아니라 환자의 피부를 제대로 보고, 필요한 치료를 정확하게 선택하고, 치료가 끝난 뒤까지 책임지는 것에 있다. 박 대표이사가 말하는 차앤박피부과의 다음 30년은 결국 '피부과 전문의가 해야 할 일'에서 다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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