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 교육으로 초응급 수혈 장비 준비시간 62% 단축

삼성서울병원 연구팀, 응급실 간호사 42명 대상 무작위 대조 연구

김아름 기자 2026.08.25 17:24:01

삼성서울병원은 초응급 상황에서 쓰이나 사용 빈도가 적어 배우기 어려운 급속 항온 주입기(Level-1®) 교육에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했다. (사진 왼쪽부터)증강현실 교육 연구에 참여한 유서영 박사, 손명희 응급의학과 교수, 신소연 응급간호파트장, 채우리 응급실 간호사

응급상황에서 수혈과 수액을 신속하게 시행하는 데 필요한 의료장비를 증강현실(AR)로 교육하면 실제 장비 준비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응급실 간호사를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 연구를 진행한 결과, AR 기반 교육을 받은 간호사들의 초응급 수혈 장비 준비 시간이 기존 교육 방식보다 62%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손명희 교수와 간호본부 응급간호파트 연구팀은 응급실 간호사를 대상으로 증강현실 기반 'Level-1 급속 주입기(Level-1 rapid infusion system)' 교육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의학교육 분야 국제학술지 'JMIR Medical Education' 최근호에 게재됐다.

Level-1 급속 주입기는 저혈량성 쇼크나 중증 외상, 대량 출혈 등으로 혈액량이 급격히 감소한 환자에게 수액이나 혈액을 빠르게 주입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비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상황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조작이 필요하지만 사용 빈도가 높지 않아 실제 임상 경험만으로 충분한 숙련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실제 장비를 활용한 반복 교육은 장비와 교육 인력, 교육 시간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연구팀은 실제 장비를 직접 조작하면서 증강현실을 통해 단계별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 방식이 의료진의 실제 수행 능력을 높일 수 있는지 확인했다.

연구에는 Level-1 급속 주입기를 사용해본 경험이 없는 간호사 42명이 참여했으며, 연구팀은 이들을 21명씩 AR 교육군과 기존 교육군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기존 교육군은 지침서를 활용해 자기주도학습을 했고, AR 교육군은 증강현실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실제 장비를 조작하며 교육을 받았다.

AR 교육에서는 간호사의 시야에 단계별 설명과 필요한 준비물이 홀로그램으로 표시됐으며, 실제로 조작해야 하는 장비의 위치도 시각적으로 안내됐다. 복잡한 과정에서는 짧은 시연 영상도 제공해 실제 장비를 직접 만지면서 각 단계를 익힐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실제 응급상황에서 숙련된 간호사가 옆에서 단계별로 알려주는 것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교육의 초점을 맞췄다.

교육에 처음 소요된 시간만 놓고 보면 AR 교육군이 오히려 더 길었다. AR 교육군의 학습시간 중앙값은 18.02분으로 기존 교육군의 8.98분보다 약 2배 길었다.

그러나 교육을 마친 뒤 실제 장비를 수행하도록 하자 결과가 크게 달라졌다. 가장 중요한 장비 준비시간은 기존 교육군의 9.85분에서 AR 교육군 3.67분으로 줄어 약 62% 단축됐다.

장비 준비부터 수액 주입과 수혈까지 포함한 전체 수행시간도 기존 교육군 13.63분에서 AR 교육군 5.83분으로 크게 줄었다.

실제 수행 과정에서의 독립성과 정확성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총 22단계에 걸친 장비 작동 과정에서 AR 교육군은 주변 선배 간호사 등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례가 없었다. 반면 기존 교육군에서는 평균 2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교육 내용을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장비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AR 교육의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교육 만족도와 자기효능감 역시 AR 교육군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시각적 안내와 실제 장비 조작을 결합한 체험형 교육이 복잡한 장비 사용 과정을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실제 수행으로 연결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약 4년 전 교육 인재개발실의 지원으로 증강현실 장비인 HoloLens2를 원내 의료진 교육에 도입했으며, 2022년부터 간호교육팀과 함께 인공호흡기와 ECMO 등 실제 의료기기 교육에도 AR을 활용해왔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교육 경험을 응급간호 영역으로 확대하고, 실제 의료진을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 연구를 통해 교육 효과를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손명희 교수는 "응급의료는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정확하고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증강현실을 활용해 자주 사용하지 않지만 중요한 의료기기와 다양한 임상 상황을 사전에 반복 학습한다면 의료진의 역량을 강화하고 예기치 않은 응급상황에 보다 체계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하기에는 여전히 하드웨어적인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더 가볍고 편안하면서 성능이 향상된 차세대 기기가 등장해 하드웨어가 기술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는 시점이 오면 의료진 교육과 임상 현장에서 훨씬 자연스럽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재원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는 '가상 환경 기반 병원 운영 기술 개발 및 실증 연구' 분야의 '메타버스 기반 Hyper-Integrated Virtual Ecosystem to Real Hospital' 과제로 진행됐다.

김아름 기자
- "심장질환 퇴원 후 골든타임 사수"…이지케어텍, AI 예후관리 'HeartMEDIA' 공개
- 서울부민병원, 로봇 인공고관절수술 학습곡선 분석결과 발표
- 강남베드로병원, AI기반 뇌동맥류 위험도 분석 프로그램 도입
- 좋은삼선병원-양산부산대병원, '하트 패스트트랙 365' 맞손
- "속 쓰림 잦다면 '헬리코박터균'부터 확인"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