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기고]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동물위생시험소 축산물검사팀장 김지은

보건신문 2026.08.24 09:45:42

식탁 위의 풍경이 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60.6kg)이 쌀 소비량(56.4kg)을 넘어섰다. 특히 쇠고기 소비량은 2005년 6.7kg에서 2024년 14.9kg으로 지난 20여 년간 2배 이상 늘어나며 가장 대중적인 단백질 공급원이자 우리 식문화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한우'는 특유의 풍미와 높은 품질로 시민들에게 단연 가장 사랑받는 프리미엄 먹거리다. 하지만 수입산 쇠고기와의 가격 차이가 크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산 육우나 수입산 쇠고기를 한우로 속여 파는 '부정 유통' 사례는 끊이지 않고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눈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정육 상태의 쇠고기를 시민들은 무엇을 믿고 구매해야 할까?

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이 수행한 최근 3년간(2023~2025년)의 서울 지역 유통 한우 검사 결과는 이 물음에 대한 과학적 답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지역 유통 한우, 원산지 표시 정확성 '합격점'
서울시는 명예축산물위생감시원(미스터리 쇼퍼)을 통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동안 서울 전역의 축산물판매업소에서 한우로 표시·판매되는 쇠고기 총 3052건을 수거해 유전자 분석을 통한 '한우확인시험'을 진행했다. 초위성체 마커, 대립유전자 다중분석법 등은 쉽게 말해 소의 품종별 유전자 지문을 비교해 한우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정밀 검사 기법이다.

분석 결과, 전체 수거 시료 3052건 중 한우가 아닌 것으로 판정된 건수는 총 17건으로, 평균 비한우율은 0.6%에 불과했다. 연도별로 살펴보아도 2023년 0.8%, 2024년 0.4%, 2025년 0.4%로 매년 낮고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2018~2020년) 수행된 동일 조사에서 나타난 비한우율(3.0%)과 비교했을 때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상시 모니터링 체계와 과학적 정밀 검사가 실제 유통 현장에서 둔갑 판매 행위를 억제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통시장·정육점 등 개인형 업소 대상 맞춤형 관리 필요
이번 조사에서는 업태별 원산지 관리의 온도 차도 함께 확인됐다. 마트 등 대형 업소에서는 비한우 사례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고(0.0%), 중소형 업소 역시 0.3%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반면 전통시장(0.9%)과 일반정육점(0.7%) 등 개인이 운영하는 업소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비한우 비율을 보였다. 대형·중소형 업소를 '상점형', 전통시장·정육점을 '개인형'으로 나눠 통계적으로 비교한 결과, 두 집단 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이 확인됐다(P<0.05).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개인형 업소가 대형 유통업체에 비해 원산지 관리나 입고 관리 체계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고리를 갖고 있을 가능성을 통계적으로 뒷받침하는 결과다.

권역별(동남·서남·동북·서북권) 비교 분석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한우 허위 표시가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개별 업소의 관리 수준이나 운영 실태에 따라 발생하고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향후 모니터링 체계는 특정 지역보다는 전통시장 및 동네 정육점 등 취약 업태를 중심으로 한 밀착형 집중 관리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원산지 표시 넘어 '이력정보 신뢰성' 검증으로 확산돼야
원산지가 '한우'로 판정됐다고 해서 모든 검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가 마트에서 쇠고기를 살 때 확인하는 '축산물이력번호'는 해당 고기의 성별, 등급, 도축일자 등 구체적인 품질 정보를 담고 있다.

연구원에서 대형 유통업소 시료 592건을 대상으로 개체식별 유전자 검사인 'DNA 동일성 검사'를 추가 시행한 결과, 약 5.6%(33건)에서 표기된 이력번호와 실제 고기의 유전자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이력번호 불일치' 현상이 확인됐다. 특히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23년 8.3%였던 불일치율이 2024년 2.8%로 낮아졌다가 2025년 5.4%로 다시 반등하는 등,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비록 수입산이 한우로 둔갑한 원산지 위·변조는 아닐지라도, 다른 등급이나 다른 개체의 한우 고기가 섞여 유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쇠고기 유통 시스템의 신뢰성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이며, 일시적 개선에 안주하지 않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소비자가 더욱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환경 조성 
과학적 검사 기법의 발전과 시민 참여형 모니터링의 확산 덕분에 서울지역에서 유통되는 한우의 원산지 표시 정확성은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먹거리 안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한우 여부 판별(원산지 확인)을 넘어서야 한다.

앞으로는 대형 유통업소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DNA 동일성 검사를 통한 이력정보 검증' 체계를 전통시장 및 일반정육점 등 개인형 업소까지 확대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시민으로 구성된 명예감시원 수거 방식을 더욱 표준화하고 체계화함으로써 축산물 유통의 투명성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한다. 소비자가 동네 마트나 정육점에서 표시된 라벨을 보고 아무런 의구심 없이 기꺼이 구매할 수 있는 환경, 그것이 보건환경연구원이 과학적 검증과 관리를 멈추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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