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홀랜드 주연의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뉴데이'가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에는 유전자와 세포를 조작해 인간의 신체 능력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장면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리저드'다. 과학자 커트 코너스가 도마뱀의 재생 능력을 인간에게 적용하려는 실험을 진행하다 자신이 괴물로 변이하는 설정이다.
영화 속 이야기는 현실과 거리가 멀지만, 손상된 조직의 회복과 재생을 돕기 위한 줄기세포 연구가 실제 의료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맞닿아 있다.
다만 줄기세포를 둘러싼 관심이 커지면서 '내 몸에서 얻은 자가 줄기세포라면 많이 배양해 사용할수록 더 효과적이고 안전할 것'이라는 인식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포의 출처뿐 아니라 체외에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세포의 상태와 품질이 적절하게 관리됐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줄기세포는 지방 조직과 골수 등에서 얻을 수 있으며, 필요 시 체외 배양을 통해 세포 수를 늘린다. 배양 조건에 따라 중간엽줄기세포를 수주 내 수천만~1억 개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 배양하면 적은 양을 채취해도 필요한 세포 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포 수가 많을수록 치료 효과도 커질까. 전문가들은 세포 수만으로 치료 효과가 높아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365mc 지방줄기세포센터 김정은 대표원장은 "배양해 세포 수를 불렸다고 해서 치료 효과까지 높아진다고 단순히 보기는 어렵다"며 "배양액과 배양 기간, 세포를 옮겨 키운 횟수, 동결·보존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복적인 배양 과정이 세포 특성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도 있다. 실제 2020년 이탈리아 로마 사피엔차대 체카렐리 연구팀은 지방유래 줄기세포의 면역조절 특성을 다룬 리뷰에서, 반복 체외 배양에 따라 세포 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배양 과정에서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특성이 떨어질 수 있어, 세포 수가 늘어난다고 그 기능까지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정리했다.
배양 줄기세포를 반복 투여하는 과정에서 면역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을 보고한 연구 결과도 있다.
2017년 텍사스 A&M대 수의대학 연구팀은 배양한 동종 줄기세포를 4주 간격으로 두 차례 주입하는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두 번째 투여 후 실험체의 관절 내 염증 세포가 뚜렷하게 늘어나, 반복 투여 시 면역계가 주입된 세포에 반응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구팀은 사람에게 반복 투여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면역반응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동종 줄기세포 반복 투여 시 면역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은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연구팀은 2021년 후속 연구에서 자가 유래 줄기세포라도 어떤 조건으로 배양했는지에 따라 면역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결과도 제시했다.
모닛셀의 김진옥 연구소장은 "해당 연구에서 소태아혈청으로 배양한 자가 줄기세포를 실험 동물에 투여했을 때 염증이 나타났다"며 "줄기세포의 출처뿐 아니라 어떤 조건으로 배양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에서는 체외에서 배양·증식한 줄기세포를 환자에게 바로 투여할 수 없다. 해당 줄기세포를 투여하려면 식약처가 안전성과 품질 등을 확인해 허가한 세포치료제나 승인된 임상시험, 첨단재생바이오법에 따른 심의 등 정해진 절차를 따라야 한다. 이는 배양 과정에서 세포의 특성이나 상태가 달라질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것이다.
이에 국내에서는 배양하지 않은 줄기세포 활용이 주로 이뤄지며, 골수 유래 세포나 자가 지방 유래 기질혈관분획(SVF)을 활용하는 방식 등이 있다. SVF는 지방조직에서 분리한 줄기세포를 비롯해 여러 세포가 함께 모여 있는 군집이다. 골수 등에 비해 줄기세포가 상대적으로 많아, 배양을 거치지 않고도 필요한 세포를 확보할 수 있다.
김정은 원장은 "배양하지 않은 자가세포는 타인의 세포 사용에 따른 면역 불일치나 장기 배양에 따른 세포 상태 변화, 배양액 성분 노출 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이런 점에서 세포 체내 투여 시 나타날 수 있는 안전성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줄기세포 치료나 시술을 고민한다면 국내에서 허용된 절차인지, 자가 세포인지, 반복 투여 시 안전한지 등을 확인하고 전문의 판단 아래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줄기세포의 채취·분리 과정을 적절히 갖춘 의료기관인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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