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관절·척추환자 중증도 분류체계 개선 시급

ICU 입원 여부 중심 중증도 분류 한계…고령 고위험 수술도 중증진료 보상 필요
대학병원은 저수가에 정형외과 축소… 전문병원협, 오는 13일 국회 토론회 개최

김아름 기자 2026.08.11 17:35:41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고령 환자의 인공관절·척추·골절 수술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현행 중증도 분류체계가 고령 환자의 실제 의료적 중증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ICU(중환자실) 입원 여부나 의료기관 종별 등을 중심으로 중증도를 판단하면서 고위험 수술과 복합 만성질환을 가진 고령 환자가 실제 치료 난이도에 비해 비중증 환자로 분류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7%를 기록하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올해에는 고령인구 비율이 21.56%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며, 2072년에는 47.6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인구가 늘면서 의료기관을 찾는 고령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의 한 관절전문병원의 경우 2017년과 비교해 60대 환자는 13%, 70대는 35%, 80대는 28% 증가했으며 90대 환자는 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0세 이상 고령층에서 인공관절과 척추수술, 골절수술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령 환자의 정형외과 수술은 단순히 통증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거동이 제한되면 와병과 낙상 위험이 커지고 신체 기능 저하와 우울증, 장기요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고령사회에서 중요한 의료 영역으로 꼽힌다.

문제는 고령 정형외과 환자의 실제 치료 난이도와 현행 중증도 분류체계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점이다.

고령 환자의 상당수는 심혈관질환과 만성신장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심한 경우 심부전이나 간경화 등을 동반해 수술 전후로 내과적 관리와 다학제 협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현행 중증도 분류체계에서는 암, 심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 이식환자, ICU 치료가 필요한 다발성 골절이나 장기손상·대량출혈을 동반한 중증외상 등 일부 질환을 중심으로 중증환자를 분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령 환자가 여러 중증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더라도 ICU에 입원하지 않거나 특정 중증질환 코드에 해당하지 않으면 중증진료 보상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지적이다.

최유왕 강북연세병원 원장은 "인공관절 수술환자의 대다수는 70세 이상 고령층으로 심부전, 만성신부전(CKD),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항응고제 복용 등 복합질환을 동반하고 있어 수술 난이도와 수술 후 관리가 상급종합병원 수준으로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경영상의 한계로 별도의 ICU를 운영하기 어려운 병원에서는 병동 내 24시간 밀착 모니터링과 합병증 예방, 다학제 협진 등을 통해 ICU 수준의 집중관리를 제공하고 있다"며 "하지만 ICU 입원 여부 등을 기준으로 중증도를 판단하는 현재 체계에서는 실제 위험도가 높은 환자를 치료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중증진료 보상을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증도 분류 문제는 관절·척추 분야 의료공급 체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역시 정형외과 수술의 낮은 수가로 인해 수익성 악화를 겪으면서 정형외과 진료 비중을 줄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정형외과 분야 수술 손익률은 마이너스 52% 수준에 이르고 정형외과 전문의 사직률도 1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과거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고난도 인공관절 수술 등이 정형외과 전문성을 갖춘 전문병원이나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의료기관이 실제로 고령·고위험 환자를 집중적으로 치료하면서도 중증진료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24시간 진료체계를 운영하는 병원도 필수의료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4시간 운영병원의 당직비 등을 지원하는 필수특화기능강화지원 사업에서 제외되는 등 제도적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초고령사회에 맞춰 중증환자의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ICU 입원 여부나 의료기관 종별을 기준으로 중증도를 판단하기보다 환자의 연령과 동반질환, 수술 난이도, 수술 전후 집중관리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령 골절과 고령 인공관절, 고령 척추수술처럼 고령 환자의 기능 회복과 장기요양 진입을 막는 데 중요한 수술을 필수의료 영역으로 포함하고 이에 걸맞은 정책적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전문병원협회(회장 윤성환)는 이 같은 관절·척추 분야의 제도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8월 13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관련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초고령사회에서 증가하는 관절·척추질환 의료수요와 현행 중증도 분류체계의 한계를 짚고, 고령·고위험 환자에 대한 적정 보상과 필수의료 지원 방안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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