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필요 없으면 보험금 불가" 판결에… 정맥학회 "판결 존중하나 의학적 판단권 침해 우려"

학회 "일부 과잉진료 유감" 자정 선언… "임상지침 수립·비급여 수술비 가이드라인 공개 추진"

홍유식 기자 2026.08.11 09:59:16

하지정맥류 수술 시 실질적 입원 필요성이 없으면 실손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가운데, 대한정맥학회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번 판결이 확대 해석될 경우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권이 침해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A보험사가 가입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B씨는 양측 다리에 카테터 시술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재판부는 해당 시술이 단시간 내 종료되는 비침습적 수술에 해당하고 입원 기간에도 유의미한 처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입원 치료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한정맥학회는 판결 이후 공식 입장문을 내고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의료기관에서 이틀 연속 전신마취를 시행하거나 입원 관리를 부적절하게 하는 등 과잉진료 사례가 발생한 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학회는 회원 윤리강령을 바탕으로 재발 방지와 자체 자정 노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환자의 위험도와 수술 범위, 합병증 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진의 고유한 의학적 판단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김상동 대한정맥학회 이사장은 "일부 부적절한 사례로 인한 판결이 하지정맥류 치료 전반에 대한 입원 불인정으로 단순 확대 해석돼서는 안 된다"며 "환자의 증상 중증도와 수술 범위,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진의 고유 권한이자 의학적 전문 영역"이라고 말했다.

학회는 입원 치료 기준을 명확히 정립하기 위해 환자 위험도, 수술 범위, 치료법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객관적인 '입원치료 임상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회원 병원에는 해당 기준에 따라 진료 과정과 입원 필요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의무기록을 충실히 작성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다.

비급여 수술비의 극단적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자정 대책도 추진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에 따르면 레이저 및 고주파 정맥폐쇄술의 비급여 수술비는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1700만원으로, 의료기관별 격차가 150배 이상에 달한다.

학회는 이 같은 가격 편차가 의료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실손보험금 청구를 둘러싼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전국 회원 병원의 비급여 수술비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한편, 적정 진료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수술비 정상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김 이사장은 "비급여 수술비의 150배 격차는 의료의 질적 차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적정 진료비 가이드라인을 통해 시장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술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홍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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