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 이미지·보고서 학습한 AI, 암 예후 예측 정확도 높였다

강동경희대병원 연구팀, 멀티모달 AI 'CALM' 개발…14개 암종 평균 예측력 11.45% 향상

김아름 기자 2026.07.27 15:38:58

이영찬 교수

암 치료에서 환자의 예후를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느냐는 치료 전략과 추적관찰 계획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같은 암종과 병기라도 환자마다 질병의 진행 속도와 치료 반응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병리 조직 이미지와 병리 보고서를 함께 분석해 암 환자의 예후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이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이영찬 교수 연구팀(펜실베이니아대학교 공동연구)은 병리 이미지와 병리 보고서의 임상 정보를 동시에 학습하는 멀티모달 인공지능 모델 'CALM(Clinical-guided Adaptive Learning Model)'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의생명 인공지능 분야 국제학술지 'BioData Mining'에 게재됐다.

기존의 암 예후 예측 AI는 병리 이미지와 유전체 정보를 함께 활용하는 방식이 많았다. 하지만 유전체 분석은 별도의 검사와 비용이 필요하고, 실제 임상에서는 병리 이미지와 유전체 정보가 모두 확보된 환자 자료가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 진단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생성되는 병리 조직 슬라이드와 병리 보고서에 주목했다. 새롭게 개발한 'CALM'은 병리 이미지와 보고서를 함께 분석해 환자의 생존 위험도를 예측하고, 암종별 위험군의 특성을 학습하도록 설계됐다.

연구에는 미국 국립암연구소(NCI)가 구축한 대규모 암 연구 데이터베이스인 TCGA(The Cancer Genome Atlas)의 14개 암종 환자 자료가 활용됐다. 연구팀은 새 모델의 성능을 기존 이미지 기반 모델과 텍스트 기반 모델, 이미지·텍스트 결합 모델 등과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CALM'은 기존 이미지·텍스트 결합 모델보다 14개 암종 평균 예후 예측력이 11.45%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4개 암종 가운데 13개 암종에서 성능이 개선됐으며, 대장·직장암은 30.38%, 간암 26.99%, 췌장암 21.11%, 위암 16.13%, 폐 편평상피암 15.02% 등에서 향상 폭이 특히 컸다.

또한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기존 고성능 예후 예측 모델과 비교해서도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보여, 별도의 유전체 검사 없이 병리 자료만으로도 높은 수준의 예후 예측이 가능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도 검증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두경부암 환자 139명의 병리 이미지와 병리 보고서를 이용해 별도의 추가 학습 없이 모델을 적용한 결과, 기존 이미지·텍스트 결합 모델보다 높은 예후 예측 성능을 보였다.

특히 AI가 병리 보고서와 연계해 중요하게 판단한 조직 부위를 분석한 결과, 실제 병리 전문의가 종양으로 표시한 영역과 대부분 일치해 예측의 신뢰성과 설명 가능성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유전체 검사 없이도 병리 이미지와 병리 보고서라는 일상 진료 데이터를 활용해 암 예후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병리 보고서에 담긴 종양 크기와 침윤 정도, 전이 여부 등 의료진의 임상 판단을 AI 학습 과정에 반영함으로써, 병리 이미지만 분석하던 기존 방식의 한계를 보완했다는 것이다.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다양한 암종과 의료기관에서 성능 검증이 이뤄질 경우, 환자의 위험도를 보다 정교하게 분류하고 맞춤형 치료 전략과 추적관찰 계획을 수립하는 임상 보조도구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영찬 교수는 "병리 보고서는 종양의 형태와 진행 정도에 대한 의료진의 중요한 판단이 담긴 자료"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병리 이미지와 병리 보고서를 함께 활용한 AI가 암 예후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의료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임상 판단을 지원하는 도구"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후속 연구를 통해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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