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수號 경기도의료원 "공공의료 유지할 재정 안전망 필요"

민간 의료기관과 의뢰·회송 강화…공공·민간 협력으로 지역 의료 공백 해소
의사 인력 확보·방문의료 확대 속 적자 부담 여전…"공익적 기능 보상해야"

김아름 기자 2026.10.13 06:00:00

경기도의료원이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경영난을 딛고 정상화에 나서고 있다. 민간 의료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의사 인력 확보와 방문의료 강화에 나서는 등 공공의료 체계를 재정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응급·필수의료 유지와 감염병 대응, 의료취약계층 진료 등 공공병원의 역할을 자체 수익만으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필수 경기도의료원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공공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병원 자체의 경영 개선과 함께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병원의 적자를 단순한 경영성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필요한 의료 기능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4년 10월 취임한 이 원장은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의 경영 정상화와 의료진 확보, 민간 의료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을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공공병원이 모든 진료를 떠안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의료기관과 역할을 나누고, 필수의료 공백을 메우는 한편 공공의료에 대한 안정적인 재정 지원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공공·민간은 제로섬 아냐"…의뢰·회송으로 의료전달체계 강화

이 원장이 우선순위를 두는 분야는 지역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이다. 공공병원과 민간 의료기관이 환자를 두고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각자의 강점을 살려 지역 의료를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공공과 민간은 제로섬 관계가 아니고 서로 협업할 수 있는 분야가 얼마든지 많다"며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은 지역 내 1차 의료기관과 상급종합병원 사이에서 환자가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료원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의뢰한 환자에게 정밀검사와 입원, 전문진료 등을 제공하고, 자체적으로 치료하기 어려운 중증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연계하는 방식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아주대병원과 성빈센트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과 진료 연계를 추진하고 있으며, 고려대의료원과도 협력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북부권 병원은 고대안암병원 등과, 남부권 병원은 고대안산병원과 협력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단순히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치료 전후의 진료 정보와 관리가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환자를 의뢰한 의료기관이 치료 경과를 확인하고, 상급병원에서 치료를 마친 환자가 다시 지역에서 지속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어야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민간 의료기관이 부담을 느끼는 필수의료 분야는 공공병원이 맡고, 공공병원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분야는 민간 의료기관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 인력난 해소에 민간 네트워크 활용…"지역에 남을 환경부터"

의료기관 간 협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이를 뒷받침할 의료진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지역 공공병원은 의사 인력난이 진료 기능 유지와 직결되는 만큼, 이 원장은 기존 채용 방식에서 벗어나 의료계 네트워크를 활용한 인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경기도의사회뿐 아니라 서울·인천 지역 의사회와도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의료진 채용 정보를 문자로 안내하는 방식 등을 활용해 개원의와 봉직의, 은퇴한 교수 등 다양한 인력이 공공의료 현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 원장은 이러한 방식으로 올해 100명 이상의 의료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채용 방식에 비해 인력 확보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인력을 모집하는 것만으로 지역 의료의 만성적인 인력난을 해결하기는 어렵다. 의사가 지역에 장기간 머물며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함께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필수진료 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원과 당직·대기 업무에 대한 적정 보상, 공공임상교수 및 의료인력 파견제도의 안정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연구 기회와 주거 등 가족의 정착 여건도 의료진의 장기 근무를 좌우하는 요소로 꼽았다.

그는 "의사가 지역에 남으려면 한 사람의 희생에 기대어 진료과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며 "동료 의사와 당직·응급진료 부담을 나눌 수 있는 인력 구조와 업무 강도에 걸맞은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문의료 1만3000건 전망…병원 밖으로 넓어지는 공공의료

공공의료의 역할은 병원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령화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한 환자가 늘면서,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환자를 직접 찾아가 진료하고 지역 돌봄과 연결하는 서비스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경기도의료원은 방문의료를 통해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진료 이후에도 환자가 필요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방문의료 이용 건수는 2024년 약 5600건에서 2025년 약 9900건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약 1만3000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원장은 방문의료가 단순히 환자의 집을 찾아가 진료하는 서비스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진료 이후 약 복용과 식사, 이동 등 일상생활을 지원하고, 환자의 상태가 악화하면 신속하게 병원 치료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기도의료원은 지역 재택의료기관과 협력해 전문진료와 단기입원 등 후방지원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돌보기 어려운 환자를 의료원이 맡아 치료한 뒤, 상태가 안정되면 다시 지역 의료기관으로 회송하는 방식이다. 앞서 추진하는 의뢰·회송 체계가 병원 간 진료 연계에 초점을 맞춘다면, 방문의료는 그 연결망을 환자의 일상과 돌봄 현장까지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 원장은 "환자 한 분의 삶에서 의료와 돌봄은 분리될 수 없다"며 "방문진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과 병원, 보건소, 돌봄기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과 연락체계가 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자 줄어도 재정 부담 여전…"공익적 기능 보상해야"

이 원장은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인력 확보, 방문의료 확대가 지속되려면 이를 뒷받침할 재정 기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경기도의료원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 역시 공공의료 기능을 유지하면서 경영 정상화를 이어가는 일이다.

경기도의료원은 수원·의정부·파주·이천·안성·포천 등 6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감염병 전담병원 역할을 수행한 이후 환자 수와 병상 이용률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으면서 경영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이 원장에 따르면 보조금을 제외한 경기도의료원의 적자 규모는 2023년 약 786억원에서 2024년 674억원, 2025년 608억원으로 감소했다. 2년 연속 적자 폭을 줄였지만 여전히 연간 600억원대의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공병원의 재정 부담은 진료 수익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응급진료와 감염병 대응, 의료취약지역의 필수진료는 환자가 적더라도 인력과 시설을 유지해야 한다. 취약계층 환자 비중이 높은 공공병원은 민간 의료기관처럼 비급여 진료를 통해 수익을 보전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 원장은 "공익적 기능과 관련된 인력은 진료 경영 효율성과 관계없이 유지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감염병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더라도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공병원의 자구 노력과 국가·지자체의 책임 있는 지원이 맞물릴 때 필수의료 유지와 경영 정상화라는 두 과제도 함께 풀어갈 수 있다"는 핵심 메시지를 전했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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