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운동기능 개선 새 후보물질 찾았다

고려대 연구팀, 제브라피쉬로 약 300개 물질 탐색…운동기능 30% 이상 개선

김아름 기자 2026.10.08 09:51:21

(왼쪽부터)고려대안산병원 김명지 교수, 고려대 의과대학 박해철, 서용보 교수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의 떨어진 운동기능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후보물질이 확인됐다.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외과 김명지 교수와 고려대 의과대학 융합의학교실 박해철 교수, 제브라피쉬 중개의학연구소 서용보 교수 연구팀은 루게릭병의 주요 증상을 재현한 제브라피쉬 동물 모델을 개발하고 약 300개의 생리활성 물질을 탐색해 '트리벤질아민(Tribenzylamine·TBA)'을 새로운 치료 후보물질로 발굴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Biomedicine & Pharmacotherapy'에 게재됐다.

루게릭병은 몸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손상되면서 근력이 떨어지고 마비가 진행되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SOD1, C9ORF72, FUS 등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발병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질환의 원인과 진행 과정이 복잡해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비교적 이른 나이에 발병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루게릭병과 관련된 FUS 유전자에 주목했다.

사람의 FUS R521C 변이 유전자를 제브라피쉬 신경세포에 과발현시키자 성장 초기부터 움직임이 감소했고, 신경세포 손상과 관련된 산화스트레스가 증가했다. 이후 실제 운동신경세포 손상까지 나타나면서 루게릭병의 주요 특징이 재현됐다.

연구팀은 이 모델의 운동능력을 지표로 약 300개의 생리활성 물질을 탐색했다. 그 결과 FUS 변이 제브라피쉬의 감소한 운동능력을 30% 이상 높이면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를 보인 물질 가운데 트리벤질아민을 후보물질로 선별했다.

추가 실험에서는 TBA를 투여한 FUS 변이 제브라피쉬의 운동능력이 정상 대조군에 가까운 수준까지 개선됐으며 신경세포 손상과 관련된 활성산소종(ROS) 수치도 유의하게 감소했다.

연구팀은 TBA 투여 이후 나타나는 생물학적 변화도 분석했다. 그 결과 신경 활동과 면역반응, 대사 등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현이 달라졌으며 특히 성호르몬 생성과 신호 전달과 관련된 변화가 확인됐다.

FUS 변이 제브라피쉬에서 감소했던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계열 호르몬 수치는 TBA 투여 후 정상군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반대로 에스트로겐 수용체의 작용을 차단해 관련 신호를 억제하자 TBA에 의한 기능 회복 효과도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성호르몬 신호가 루게릭병에서 TBA가 운동기능을 개선하는 과정에 일부 관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명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TBA가 FUS 변이로 나타난 운동기능 저하와 산화스트레스를 완화할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아직 초기 단계의 연구로 정확한 작용기전을 규명하고 다양한 루게릭병 동물 모델에서 효과를 검증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해철 교수는 "신약 개발 초기에는 많은 물질 가운데 실제 치료 가능성이 있는 후보물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찾아내느냐가 중요하다"며 "이번에 구축한 제브라피쉬 모델은 루게릭병의 주요 특징이 비교적 빠르게 나타나고 대량의 약물 스크리닝이 가능해 유망한 치료 후보물질을 선별하는 연구에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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