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에도…말기 암 환자 항생제 늘었다

74만명 분석…사망 전 6개월 항생제 처방 88.3%→90.8%

김아름 기자 2026.10.06 11:06:31

(왼쪽부터)이대목동병원 김정한 교수, 서울대병원 유신혜 교수, 가톨릭대학교 심진아 교수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에도 암 환자의 생애말기 항생제 사용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망에 가까운 시점의 항생제 처방과 광범위 항생제 사용이 함께 늘면서, 연명의료 결정 과정에서 항생제 치료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김정한 교수,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 가톨릭대학교 심진아 교수·이완택 연구원 공동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전후 암 환자의 생애말기 항생제 사용 양상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23년까지 폐암, 간암, 위암, 대장암, 췌장암, 전립선암, 담도암, 유방암 등 8대 주요 고형암으로 사망한 성인 환자 74만3,842명을 대상으로 사망 전 6개월간 항생제 처방 양상을 분석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전인 2012~2017년에는 34만8,813명, 시행 후인 2018~2023년에는 39만5,029명이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사망 전 6개월 동안 한 차례라도 항생제를 처방받은 환자의 비율은 법 시행 전 88.3%에서 시행 후 90.8%로 2.5%포인트 증가했다.

항생제 사용 증가는 사망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사망 전 3개월과 마지막 1주일 등 생애말기 기간에도 항생제 처방이 증가하는 양상을 확인했다.

항생제 사용량 역시 늘었다. 관찰기간을 고려해 산출한 항생제 투여량은 1,000명 환자-일당 231.4일에서 261.6일로 증가했다. 특히 중증 감염이나 내성균 감염 등에 주로 사용하는 반코마이신과 카바페넴 등 광범위 항생제 사용이 크게 늘었다.

이들 항생제를 처방받은 환자 비율은 54.4%에서 63.9%로 9.5%포인트 증가했다. 투여량도 1,000명 환자-일당 63.8일에서 83.7일로 31.2% 증가했다.

연구팀은 연명의료결정법의 적용 범위와 항생제 사용 사이에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연명의료결정 과정에서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등 대표적인 연명의료 항목이 주요하게 다뤄지는 반면 항생제는 별도의 중단 항목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말기 암 환자에게 치료 효과가 불분명한 항생제가 계속 투여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 적극적인 연명의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항생제가 치료를 완전히 중단하는 데 따른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돌봄을 지속하기 위한 의료적 절충안으로 선택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다만 연구팀은 생애말기 항생제를 일률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감염으로 인한 통증이나 불편한 증상을 줄이거나 명확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에는 항생제 사용이 의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환자의 현재 상태와 치료 목표, 예상되는 치료 효과와 부담 등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한 이대목동병원 교수와 유신혜 서울대병원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 도입 이후에도 생애말기에 항생제를 사용하는 비율과 투여량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을 보여준 연구"라며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뿐 아니라 항생제를 포함해 생애말기에 시행되는 여러 치료가 환자에게 실제로 어떤 도움과 부담을 주는지를 치료 목표에 따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은 약물 부작용과 내성균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말기 환자에서는 완화의료팀과 감염관리·항생제 적정사용 관리팀이 함께 환자의 상태와 치료 목표를 평가하는 협력체계가 필요하다"며 "향후 연명의료 의사결정 과정에서 생애말기 항생제 사용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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