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RB1 완전 결손' 새 바이오마커…AI 진단법 제시

서울아산병원 연구팀, 고위험군 사망 3.32배·재발 3.15배 높아

김아름 기자 2026.10.06 10:15:20

(왼쪽부터)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심주현 · 병리과 성창옥 교수, 마카오대학교 심중섭 교수, 포항공과대학교 박상현 교수,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안지현 교수

치료가 까다로운 난치성 간암에서 RB1 유전자의 완전 결손이 불량한 예후와 연관된 새로운 바이오마커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일반적인 병리 조직 영상만으로 RB1 완전 결손 여부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 또 RB1 결손 간암 세포를 대상으로 세포분열 억제제와 PARP 억제제를 함께 사용하는 병용 치료 전략의 가능성도 제시했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심주현·병리과 성창옥 교수, 마카오대학교 심중섭 교수, 포항공과대학교 박상현 교수,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안지현 교수 공동 연구팀은 다중오믹스 분석과 AI, 세포·동물실험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피인용지수 81.2, 저널인용보고서(JCR) 상위 0.2%에 해당하는 중개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게재됐다.

RB1 완전 결손 간암, 사망·재발 위험 높아

RB1은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는 것을 억제하는 종양억제 유전자다. 기존 연구에서도 간암에서 RB1 변이가 보고됐지만, RB1의 일부 결손과 양쪽 유전자 모두의 결손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 차이에 주목했다.

서울아산병원 환자 206명과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암 연구 데이터베이스(TCGA) 환자 355명 등 총 561명의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전장 엑솜 염기서열과 RNA 염기서열 등을 분석했다.

이후 다양한 병기와 치료 배경을 가진 450명의 별도 환자군을 대상으로 유전체와 단일세포·공간 전사체 데이터를 활용해 결과를 검증했다.

그 결과 RB1 유전자 쌍이 모두 결손되거나 비활성화된 'RB1 완전 결손(RB1-Bi)'은 전체 간암의 약 14.6%에서 확인됐다.

RB1 완전 결손군은 암세포 분화도가 낮고 종양 진행이 빠른 양상을 보였다. 일반 환자와 비교해 사망 위험은 3.32배, 재발 위험은 3.15배 높았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RB1 완전 결손이 간암에서 독립적인 불량 예후 인자로 작용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병리 영상만으로 고위험군 선별

연구팀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유전체 분석을 거치지 않고도 임상 현장에서 RB1 완전 결손 환자를 선별할 수 있도록 딥러닝 기반 병리 AI 모델 FR-MIL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일반적인 염색 병리 조직 슬라이드 이미지를 이용해 RB1 완전 결손 여부를 예측한다.

외부 검증 코호트에서도 84.39~91.58%의 F1 점수를 기록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통상적인 병리 영상만으로도 고위험군을 선별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세포분열·PARP 억제제 병용 가능성 확인

치료 전략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다.

연구팀은 RB1 결손 간암 세포주에 876개의 다양한 약물을 투여해 약물 반응을 분석했다. 그 결과 RB1 결손 세포가 세포분열을 억제하거나 손상된 DNA 복구 기능을 차단하는 일부 약물에 선택적으로 취약한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PARP 억제제 등을 활용했을 때 RB1 결손으로 이미 손상된 암세포의 생존을 추가로 억제하는 합성치사(synthetic lethality) 가능성이 관찰됐다.

세포와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세포분열 억제제와 PARP 억제제를 함께 투여하는 병용요법이 단독 투여보다 종양 억제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실험 조건에서 뚜렷한 전신 독성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치료 결과는 세포 및 동물실험을 통한 전임상 단계의 결과로,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필요하다.

심주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현재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내성이 발생하기 쉬운 난치성 간암 환자들에게 유전자 특성에 맞춘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AI 진단 모델과 병용 치료 전략이 실제 임상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임상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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