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희귀의약품 시장이 과거 소수 환자만을 위한 예외적 치료제 영역을 벗어나, 제약·바이오 산업의 신약 혁신과 고성장 포트폴리오를 이끄는 핵심 섹터로 급부상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분석 기관 한국아이큐비아가 의약품 시장 데이터베이스(IQVIA National Sales Audit)의 2015~2025년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5년 기준 국내 희귀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희귀의약품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CAGR)은 17.4%로, 같은 기간 비희귀의약품 성장률(6.6%)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전체 시장 규모를 10년 만에 약 5배로 확대시켰다.
희귀의약품은 신약 출시 시장에서 더욱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25년 국내에 출시된 신물질신약(NAS) 21개 중 52%에 해당하는 11개가 희귀의약품으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시장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2025년 전 세계 신물질신약 49개(중국 단독 출시 제외) 중 25개(51%), 미국 FDA가 승인한 신약 46개 중 23개(50%)가 각각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정밀의료의 발전과 함께 높은 미충족 의료 수요를 겨냥한 개발이 늘어나면서 희귀질환 치료제가 글로벌 제약사들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은 결과다.
2025년 기준 국내 희귀의약품 품목 허가 제품은 총 221개로 전체 분석 대상 제품의 1.3% 수준에 불과했지만, 전체 의약품 매출액에서는 3.9%를 점유했다. 이는 희귀의약품 품목당 평균 매출이 일반 의약품 대비 안정적이면서도 월등히 높음을 보여준다.
시장 성장에 따라 경쟁 지형도 크게 재편되고 있다. 2025년 희귀의약품 매출 상위 10대 제약사 중 5곳이 2015년 이후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기업들로 조사됐다. 글로벌 제약업계 역시 다케다의 샤이어 인수, 아스트라제네카의 알렉시온 인수, 존슨앤드존슨의 악텔리온 인수 등 유망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한 대형 인수합병(M&A)을 활발히 펼치며 희귀질환 시장 선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치료 영역별 분석에 따르면, 항암·면역질환 제품군(ATC1: L)이 2025년 전체 희귀의약품 매출의 46.4%(5,358억 원)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항암·면역질환군은 지난 10간 연평균 21.8%의 성장을 이루며 전체 시장 확대를 견인했다. 소화기·대사질환(A군)이 16.9%로 뒤를 이었으나 연평균 성장률은 8.9%에 그쳤다. 반면 절대적인 시장 규모는 작지만 근골격계(ATC1: M, CAGR 79.4%), 호흡기계(ATC1: R, 29.2%), 심혈관계(ATC1: C, 27.4%) 등 특정 치료 영역에서는 폭발적인 성장세가 관측됐다.
정부 역시 글로벌 혁신신약 신속심사(GIFT) 제도 및 '선등재 후평가' 체계 도입 등 정책적 지원을 가속화하며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개선과 생태계 활성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초고가 희귀치료제 등재가 늘어남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희귀의약품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제약사의 혁신 개발 유인, 환자의 신약 접근성 보장, 보건 당국의 재정 지속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 간의 균형 잡힌 제도적 설계가 향후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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