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에이징 '성분 전쟁'… 레티놀·PDRN 이어 '블루펩타이드' 뜨나

1973년 인체혈장서 발견된 GHK 기반 성분… 400달톤 분자량 각질층도 통과
피부 본연의 기능·환경을 '깨우는 것'으로 차세대 안티에이징 성분으로 주목

김혜란 기자 2026.09.09 16:11:17

안티에이징 스킨케어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시장의 언어가 부족한 것을 피부에 '채우는 것'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피부 본연의 기능을 '깨우는 것'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배경에는 화장품 과학에서 오래전부터 논의돼 온 피부 흡수의 한계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피부 각질층을 통과하는 물질의 분자량과 관련된 이른바 '500달톤 룰(500 Dalton Rule)'이다.

2000년 국제학술지 '익스페리멘털 더마톨로지(Experimental Dermatology)'에 발표된 500달톤 룰에 따르면 피부 각질층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분자량이 500달톤(Da) 미만이어야 한다. 반면 피부의 주요 구성 단백질인 1형 콜라겐은 세 가닥이 꼬인 삼중나선 구조의 고분자 단백질로, 분자량이 약 30만달톤에 달한다. 단순 계산하면 500달톤의 약 600배에 해당하는 크기다.

이에 따라 콜라겐을 화장품에 함유해 피부에 바르더라도 해당 콜라겐 분자가 각질층을 통과해 진피까지 그대로 전달돼 피부의 콜라겐이 되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피부과학계의 일반적인 설명이다. 화장품에 사용되는 콜라겐은 피부 표면의 수분 유지와 컨디셔닝 등의 목적으로 주로 활용돼 왔다.

 

출처: Gul NY et al., Veterinary Dermatology, 2008

 

콜라겐 자체를 피부 깊숙이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또 다른 접근은 피부가 스스로 콜라겐을 생성하는 환경에 주목하는 것이다. 실제 안티에이징 시장에서도 최근 이러한 접근이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홈뷰티 기기다. 고주파(RF), LED, 미세전류 등을 활용하는 홈뷰티 기기는 외부에서 콜라겐을 직접 피부에 넣는 것이 아니라 열, 빛, 전류 등 물리적인 자극을 통해 피부의 생체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2024년 국제학술지 '클리니컬, 코스메틱 앤 인베스티게이셔널 더마톨로지(Clinical, Cosmetic and Investigational Dermatology)'에 게재된 홈뷰티 기기 관련 리뷰 논문에서는 고주파와 LED, 미세전류 등 각각의 방식이 섬유아세포 및 콜라겐 생성과 관련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 연구 결과들이 소개됐다.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피부 탄력과 관련된 섬유아세포에 물리적인 자극을 전달해 생체 반응을 유도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갖는다.

최근에는 같은 피부 메커니즘에 화장품 성분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중 안티에이징 시장에서 새로운 성분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블루펩타이드(Blue Peptide)'다. 블루펩타이드는 구리 이온과 트리펩타이드가 결합한 '구리트라이펩타이드-1(GHK-Cu)'을 가리킨다. GHK-Cu의 분자량은 약 400달톤으로, 약 30만달톤에 이르는 콜라겐과 비교하면 약 750분의 1 수준이다.

2018년 국제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몰레큘러 사이언스(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에 게재된 리뷰 논문에서는 GHK-Cu가 진피 섬유아세포 및 콜라겐·엘라스틴 등 세포외기질과 관련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를 다룬 다양한 선행 연구가 소개됐다.

콜라겐 분해와 관련된 MMP(Matrix Metalloproteinase)와 이를 조절하는 TIMP(Tissue Inhibitor of Metalloproteinases)에 관한 연구도 함께 다뤄졌다. 즉 홈뷰티 기기가 열·빛·전류 등 물리적인 자극을 활용한다면, 블루펩타이드는 분자 단위의 성분을 활용해 피부 탄력 및 콜라겐과 관련된 메커니즘에 접근한다. 경로에는 차이가 있지만 피부가 본래 가지고 있는 기능에 주목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방향성을 갖는다. 업계에서 블루펩타이드가 차세대 안티에이징 성분 중 하나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블루펩타이드라는 이름은 비교적 최근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기반이 되는 GHK의 연구 역사는 50년을 넘는다. GHK는 1973년 인체 혈장에서 처음 분리된 이후 피부와 조직에서의 역할에 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새롭게 합성된 물질이 아니라 인체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펩타이드라는 점도 특징이다.

앞서 언급한 2018년 리뷰 논문에는 GHK-Cu를 활용한 피부 관련 연구 결과도 정리돼 있다. 해당 리뷰가 인용한 12주간의 도포 연구에선 GHK-Cu 적용군에서 콜라겐 생성과 관련된 변화가 관찰됐으며, 피부 두께와 주름, 탄력 등 피부 노화와 관련된 다양한 지표를 다룬 선행 연구결과도 소개됐다.

블루펩타이드라는 명칭 역시 성분 자체의 특징에서 비롯됐다. 구리 이온과 펩타이드가 결합한 GHK-Cu는 특유의 푸른빛을 띠며 '구리펩타이드(Copper Peptide)'로도 불린다. 단순히 제품에 색을 더한 것이 아니라 원료 자체가 푸른색을 띤다는 점에서 다른 펩타이드 성분과 시각적으로도 구별된다.

반세기가 넘는 연구 이력에도 불구하고 블루펩타이드를 전면에 내세운 화장품은 레티놀이나 비타민C 등 대중적인 안티에이징 성분과 비교하면 아직 흔하지 않다. GHK-Cu가 비교적 고가의 펩타이드 원료에 속하는 데다 실제 제품 개발 과정에서는 원료 가격뿐 아니라 배합량과 안정성, 다른 성분과의 조합, 제형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안티에이징 시장은 레티놀, PDRN 등 특정 성분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해왔다. 레티놀이 피부 턴오버와 주름 개선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대표적인 안티에이징 성분으로 활용돼 왔다면, 최근에는 PDRN이 리페어와 피부 컨디셔닝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소비자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그 다음 후보 중 하나로 펩타이드 계열, 그중에서도 블루펩타이드가 거론되고 있다. 반세기 넘게 이어진 연구 이력과 약 400달톤의 작은 분자량, 콜라겐 및 피부 탄력 메커니즘과 관련해 축적된 연구 등이 그 배경이다.

특히 안티에이징 관리의 방향이 외부에서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것'에서 피부 본연의 기능과 환경을 '깨우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블루펩타이드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홈뷰티 기기와 화장품 성분은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피부가 가진 본연의 메커니즘에 접근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레티놀과 PDRN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안티에이징 성분 시장에서 블루펩타이드가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김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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