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쌓이는데 처리할 곳이 없다? 중국의 재활용쓰레기 수입금지 조치로 인한 국내 쓰레기 대란이나 한국산 쓰레기의 필리핀 불법 수출 사건은 이 같은 국내 쓰레기 정책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쓰레기는 매일매일 산더미처럼 쌓이는데 그 처리에는 뾰족한 수를 못 찾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쓰레기 중에서도 최근 급증하고 있는 일회용 플라스틱은 자연 속에서 분해가 쉽지 않고 생태계를 파괴해 더욱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유엔 환경계획(UNEP)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2015년 3억톤에 달했다. 이 중 절반 가까이는 페트병이나 비닐봉지 같은 일회용 제품이다.
또 매년 최소 800만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출되고 있어 2050년 바다에는 물고기보다 쓰레기가 더 많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 바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몸에 감고 있거나 뱃속에 품고 죽어가는 물고기들은 이제 인류에 대한 재난으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유해 쓰레기 감소와 친환경 대체재 개발에 온힘을 쏟고 있다. 우리 정부도 불필요한 과대포장을 줄이고 친환경 소재 사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적 정서도 이제 ‘인류의 앞날을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만 할 때’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환경부는 지난해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형마트나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의 플라스틱·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비닐봉투, 1회용 컵, 플라스틱 빨대 등의 사용이 제한됐다.
지난 1월에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도 입법예고했다. 주요 내용은 불필요한 이중포장 퇴출과 과대포장 방지를 위한 규제 대상 확대, 비규제 대상이었던 유통포장재 감량 가이드라인 마련 등이다. 페트병의 라벨이나 화장품·주류를 담은 유리병의 친환경 여부에 따라 등급화를 시행하고 제조회사에는 차등적으로 분담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이처럼 몰아치듯 줄줄이 시행되는 정책에 정작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관련 산업계다. 하루가 다르게 시행되는 정책에 발맞추려면 무엇보다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취지에는 십분 공감하나, 업계 실정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부터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회용품 사용량 감소에만 치중한 나머지 대체재 개발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화장품업계는 포장규제 등에 대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포장공간 비율을 줄이겠다고 하는데 완충제 공간이 줄어들면 트레이(tray)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 포장공간을 줄인다고 과연 쓰레기양을 얼마나 줄일 수 있냐는 현실적인 문제도 거론된다.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남는다는 것. 이에 따라 자원재활용법의 올 하반기 시행은 무리라는 목소리가 높고 기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거세지고 있다.
일회용품을 줄이는 것에 더해 낮은 재활용률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분리수거 되는 재활용 쓰레기의 재활용률은 10%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재활용 촉진 법규에는 우선 분리 수거된 재활용쓰레기의 재활용률 제고라는 근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자원재활용법은 올 하반기 시행된다. 업계 피해는 최소화하고 지구를 살릴 친환경 정책에는 동참하는, 보다 실효성 있는 법안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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