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병원 '1병원 1의사노조' 추진…전국의사노조 준비위 출범

봉직의·전공의·교수 넘어 개원의 조직화·전국 연대체 구축 검토

김아름 기자 2026.09.21 10:48:19

의사 노동조합을 전국 단위로 조직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를 중심으로 전국의사노조 준비위원회가 출범하고 병원별 의사노조 설립 지원과 기존 노조 간 연대, 장기적으로 전국 단위 조직체계 구축에 나선다.

전국의사노조 준비위원회는 21일 "의사들도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전국 곳곳에 의사노조를 만들고, 돕고,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준비위는 정부의 의료정책과 의료기관의 경영 결정이 의사의 근로조건뿐 아니라 진료환경과 환자안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정작 의사들이 관련 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협상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봉직의·전공의·교수 등 피고용 의사들이 근로자로서 노동3권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조직적으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준비위가 제시한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의 '의사노조 조직화와 역할에 대한 대회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도 의사노조 조직화의 배경으로 제시됐다. 의사 580명이 참여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6.9%가 의사노조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국의사노조가 창설될 경우 가입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94.5%에 달했다.

반면 현재 실제 의사노조 가입률은 6.4%에 그쳤다. 직역별로는 봉직의 노조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88.0%로 가장 높았고, 전공의 78.8%, 교수 70.2%, 개원의 68.8% 순이었다.

준비위는 이 같은 결과를 두고 노조에 대한 요구 자체보다 조직화 과정과 지원체계의 부재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노조 설립 과정에서 필요한 법률·노무 문제에 대한 부담과 병원으로부터의 불이익 우려 등이 실제 조직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준비위는 출범과 함께 '의사노조 설립지원센터'를 핵심 사업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노조 설립을 원하는 의사가 익명 또는 실명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초기 상담부터 발기인 모집, 조직형태 결정, 규약 작성, 설립총회, 설립신고, 사용자 통보, 최초 단체교섭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변호사와 노무사, 기존 의사노조 관계자 등이 실무 지원에 참여할 예정이다. 또 전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1병원 1의사노조' 운동도 추진한다. 특히 공공병원과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지역별 설명회를 열고 실제 의사노조 설립과 교섭 사례를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노조 설립 이후에도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부당노동행위, 교섭창구 단일화, 노동위원회 구제절차, 근로시간, 당직비, 보수, 휴가, 적정인력, 필수유지업무 등에 대한 법률·노무 지원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초기부터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하기보다는 병원별·직역별 조직률을 높이고 공동 의제를 발굴하면서 단계적으로 전국적 연대체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개원의 조직화 가능성도 검토 대상에 포함했다. 준비위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아래에서 진료하는 개원의들이 노동조합 또는 이에 준하는 집단적 교섭권을 가질 수 있는지 법적·제도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장기적으로 개원의 조직화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개원의의 노동조합 조직 가능성과 법적 지위는 봉직의 등 근로자와는 별도의 법적 쟁점이 있는 만큼, 실제 추진 과정에서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등 관련 법률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출범 준비위는 "조직되지 않은 개인이 거대한 정부와 의료기관을 상대로 대등한 협상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지난 수년간의 의료정책 혼란이 남긴 교훈"이라며 "의사들이 근로조건과 진료환경, 의료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에 당사자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 병원에서 하나의 의사노조가 만들어지고, 다른 병원에서도 새로운 노조가 만들어지는 조직화가 이어져야 한다"며 "전국 곳곳에 의사노조를 만들고 새롭게 만들어진 노조가 성장하도록 돕고, 기존 노조를 전국적 네트워크로 연결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전국의사노조 준비위원회 위원장은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이 맡는다. 공동준비위원장에는 김재현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의사노조 위원장, 노재성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노조 위원장, 유청준 전공의노조 조직전략본부장이 참여한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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