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붕괴 위기에 처한 소아의료전달체계를 복원하기 위해 추진 중인 '소아의료 지역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이 4분기 종료를 앞두고 극명한 명암을 드러냈다.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한 중심병원은 10곳 중 8곳이 긍정적인 효과를 체감한 반면, 1·2차 참여병원과 미참여 병원들은 여전히 배후병원 전원 난항, 과도한 행정 부담, 불합리한 수가 구조로 인해 "속이 타들어 간다"며 절규하고 있다.
여기에 전공의 사직 사태 장기화로 야간 당직과 응급 술기를 도맡던 젊은 의사들의 공백이 본격화되면서, 현행 제도를 그대로 둔 채 2026년 본사업으로 전환될 경우 소아 안전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가 나왔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회장 최용재,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는 28일 대한병원협회 14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소아청소년병원(중심병원 15곳, 참여병원 10곳, 미참여병원 1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인식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용재 회장은 대학병원과 수련병원 내 소아청소년과 인력 공백의 참담한 현실을 전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최 회장은 "당장 시설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이번 8월이 지나면 수련을 마치거나 자리를 지키던 3·4년 차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현장에는 일할 젊은 의사가 실질적으로 전무한 상태가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골수 천자나 장기 진정 조치 등 고난도 침습적 술기와 응급 처치, 야간 당직 및 응급실 배후 진료는 모두 젊은 전공의와 전문 인력들이 도맡아 왔던 핵심 영역"이라며 "이들이 사라진 상태에서 배후병원(상급종합병원) 기능이 마비되다 보니 지역 병·의원에서 중증 환자를 보내려 해도 수용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적 마비가 이어지고 있다"고 위기감을 호소했다.
중심병원은 '효과 체감'… 참여·미참여 병원은 '외면과 고통'
협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범사업 중심기관으로 참여한 병원의 80.0%는 이번 사업이 '소아의료체계 회복에 도움이 됐다(큰 도움 53.3%, 어느 정도 도움 26.7%)'고 응답했다. 전국 소청병원으로 확대 시 진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도 86.6%에 달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 평가는 네트워크를 총괄한 소수 중심병원에 국한됐다. 실제 1차 방어선 역할을 담당한 참여병원 조사에서는 정부 지원금이나 소아전문관리료가 야간·휴일 진료의 '일부에만 적용된다'는 응답이 40.0%였고, '전혀 적용되지 않아 전액 병원 자체 부담으로 수행한다'는 곳도 20.0%에 달했다.
특히 협력체계에 배정된 연간 2억 원 규모의 지원금 중 병원에 최종 귀속되는 금액이 '30% 미만'에 불과하다고 답한 곳이 절반(50.0%)을 차지했다. 반면 지원금 전용 통장 개설, 법인카드 관리, 지출결의서 작성 등 추가 행정업무에는 매주 5~10시간 이상(60.0%)이 소요됐으며, 전담 인력 없이 기존 행정 인력이 이를 떠안고 있는 기관이 70.0%에 달해 극심한 행정 피로도를 호소했다.
"배후병원엔 보상 없고, 수가엔 상한선 족쇄"… 불합리한 보상 체계 도마
현장 의료진들이 꼽은 가장 큰 제도적 결함은 '왜곡된 보상 설계'였다.
환자를 최종 수용해 치료해야 할 배후병원(상급종합병원)에 대한 별도 전원·수용 보상이 전무하다 보니, 직통연락망(Fast-track)이 구축되어 있어도 실질적인 전원 협의가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 60.0%에 달했다.
소아전문관리료(6세 미만 대상, 병원급 5.3만~6.3만 원)에 대한 불만족도 80.0%로 압도적이었다. 현장에서는 ▲사업 대상은 18세 이하임에도 산정 연령을 6세 미만으로 과도하게 제한한 점(100.0%) ▲전문의 1인당 1일 10회 산정 상한(70.0%) ▲기존 외래 진찰료 및 정책수가와의 중복 산정 불가(70.0%) ▲종별 및 야간·공휴 가산 배제(60.0%) 등을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았다.
미참여 병원(16곳) 역시 야간·공휴일 진료 기준(평일 18~23시, 주말 8시간)을 충족할 의료진 부족(25.0%)과 지자체 미공모(25.0%) 등으로 참여하지 못했다고 밝히며, 현행 조건이 유지된다면 본사업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31.2%에 달했다. 참여·미참여 병원 모두 "조건이 대폭 개선되어야만 본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 50% 안팎을 차지했다.
이에 협회는 2026년 4분기로 예정된 본사업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정부에 전면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주요 요구 과제로는 ▲소아전문관리료 대상 연령 확대(18세 이하) 및 일일 10회 상한 폐지 ▲종별 및 야간·공휴 가산 적용 ▲단순 이송 건수가 아닌 '협력체계 상시 유지·대기 자체'에 대한 기본 보상 신설 ▲배후병원 전원 수용 보상 신설 및 다자간 배후병원 협력 허용 ▲복지부·심평원 정책 설계 협의체 및 본사업 TF에 현장 소청병원 참여 보장 등이 제시됐다.
최용재 회장은 "중심병원은 높은 전원 수용률을 보인 반면, 참여·미참여 병원은 사실상 전원 불가 상태에 놓여 있다. 이는 제도 설계 미비로 인해 아이들의 생명과 건강이 차별받는 구조적 불평등"이라며 "참여의원-중심병원-배후병원 간 신속 의뢰와 수락, 회송이 유기적으로 표준화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반영해 지원 규모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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