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진단을 받은 환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진료실에서 "아직은 견딜 만하다"거나 "눈이 완전히 어두워지면 수술을 받겠다"며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곤 한다. 하지만 안과 전문의들은 시력이 거의 상실될 때까지 백내장 수술을 미루는 행동은 수술 난이도를 극도로 높이고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하는 매우 위험한 선택이라고 경고한다. 백내장 수술 시기의 기준은 '시력이 몇이냐'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느껴지는 실제 불편함의 정도'가 돼야 한다.
백내장은 눈 속에서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점차 혼탁해지는 투명성 장애 질환이다. 초기에는 사물이 약간 뿌옇게 보이거나 밝은 곳에서 눈부심이 심해지는 정도의 백내장 초기증상으로 시작된다. 진행 초기에는 진전 속도를 늦추는 약물 처방을 시도해 볼 수 있으나 이미 변성돼 혼탁해진 수정체를 다시 맑게 복원하는 근본적인 약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일상에 방해가 되기 시작하면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영구적인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백내장수술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특히 스마트폰 글씨가 희미해지거나 독서가 힘들어지고, 야간 운전 시 반대편 차선의 헤드라이트가 심하게 번지거나 신호등이 여러 개로 겹쳐 보인다면 이미 적절한 수술 타이밍에 도달했다는 신호다. 이러한 불편함을 무시하고 수술을 지속적으로 미루면 혼탁해진 수정체는 점차 돌처럼 단단해지고(수정체 경화 현상) 두껍게 부풀어 오르는 '과숙백내장' 단계로 악화된다.
수정체가 단단해지면 초음파로 수정체를 파쇄·흡인하는 수술 과정에서 필요 이상으로 높은 에너지와 시간이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각막 내피세포가 손상돼 각막 부종이나 혼탁이 올 수 있으며, 부풀어 오른 수정체가 방수의 흐름을 막아 급성 안압 상승이나 방수 유출로 폐쇄를 일으키며 2차성 녹내장 등 치명적인 안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즉, 무작정 미루는 것이 선이 아니라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백내장수술은 수술 자체만큼이나 '어떤 인공수정체를 선택하느냐'가 시력의 질을 결정짓는다. 과거에는 단순 원거리만 교정하는 단초점 렌즈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노안과 난시까지 동시에 잡는 다초점, 연속초점(EDOF), 토릭(Toric) 인공수정체 등 선택지가 매우 다양해졌다.
예를 들어 야간 운전이나 골프 등 원거리 시력과 대비감도가 중요한 환자에게는 '굴절형 연속초점렌즈'가, 컴퓨터 작업이나 서류·스마트폰 사용 등 근거리 작업 비중이 높은 이에게는 '회절형 연속초점렌즈'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환자의 직업이나 라이프스타일 한 가지만을 기준으로 렌즈를 일률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위험하다. 고도근시 유무, 각막 난시의 형태, 황반변성·녹내장 등 망막 상태, 안구건조증 정도에 따라 최적의 렌즈가 완전히 달라지므로 사전에 각막과 망막에 대한 정밀 계측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눈 속에 한 번 삽입된 인공수정체는 부득이한 합병증이 없는 한 평생 교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단순한 백내장 수술 비용이나 할인 렌즈 가격 비교에 끌리기보다는 다양한 광학 특성의 인공수정체를 두루 갖추고 환자의 생체 데이터와 생활 패턴을 다각도로 분석해 최적의 맞춤 렌즈를 제시할 수 있는 안과를 선택해야 한다.
강남조은눈안과 김준헌 원장은 "최근 백내장 수술은 노안과 난시까지 교정할 수 있는 다양한 고기능성 인공수정체가 발달해 있어 과거처럼 무조건 참는 것이 정답이 아니다"라며 "너무 젊은 나이에 서둘러 수술을 받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옛날 방식처럼 눈이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버티는 것 역시 최신 수술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원장은 "백내장이 찾아올 연령대에 도달했고 일상생활에서 시력적인 불편함이 반복되고 있다면, 그때가 바로 본인에게 백내장 수술을 받기에 가장 적합한 적기일 수 있다"며 "백내장을 과도하게 미루면 수정체가 단단해져 수술 난이도가 높아지고 수술 결과나 회복 측면에서도 불리해지므로 시력이 불편해진 시점에 안과를 찾아 맞춤형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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