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가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희귀 소아·청소년 뇌종양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세계 치료 기준 마련에 나섰다. 환자 수가 적어 연구가 어려웠던 희귀암 분야에서 다국가 공동연구 체계를 구축해 치료 성과를 분석하고, 장기 추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제 치료지침 수립의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립암센터는 희귀·소아암연구과 김주영 교수 연구팀이 대만·싱가포르·태국 등 아시아 국가 연구진과 협력해 중추신경계 생식세포종양(CNS Germ Cell Tumor, CNS GCT)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세계 치료 기준 마련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추신경계 생식세포종양은 국내에서 매년 19세 이하 소아·청소년 환자가 60~70명, 성인을 포함하면 약 100명이 발생하는 희귀암이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서구보다 발생률이 높지만 환자 수가 적어 국가 단위 연구만으로는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이에 김주영 교수팀은 한국을 중심으로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연구기관과 협력해 1995년부터 2015년까지 치료받은 환자의 실제 진료자료를 수집했다. 이를 토대로 2022년 아시아 4개국 8개 기관, 약 800명의 환자를 분석한 공동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Neuro-Oncology와 Journal of Neuro-Oncology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아시아 최초의 다국가·다기관 CNS GCT 치료 성적 분석으로, 아시아에서도 독자적인 희귀암 국제 공동연구가 가능하다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계의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대만 국제 심포지엄을 비롯해 유럽종양학회(ESMO) 교육 프로그램, 독일 국제 CNS GCT 컨퍼런스, 2026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국제소아신경종양학회(ISPNO)와 국제소아방사선종양학회(PROS) 등에 초청돼 한국과 아시아의 치료 경험을 공유했다.
특히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장기간 추적관찰 자료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중추신경계 생식세포종양은 5년 생존율이 80~90%로 비교적 높지만, 재발 환자의 약 20%는 치료 후 5~10년이 지나 발생한다. 김 교수팀은 중앙 추적기간 9년에 이르는 데이터를 확보해 장기 치료 성적과 예후를 분석함으로써 세계적으로 부족했던 근거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진단과 치료뿐 아니라 장기 생존자의 삶의 질까지 포함한 국제 치료 기준 마련에도 나설 계획이다. 여기에는 수술 및 종양표지자를 활용한 표준 진단법, 적정 수준의 수술·방사선치료·항암치료 병행 전략, 치료 후 10년 이상의 장기 추적관리 체계 구축 등이 포함된다.
김주영 교수는 "세계 학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유럽과 북미 연구자들이 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CNS GCT 치료 성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국내는 물론 아시아 연구 네트워크를 더욱 확대해 치료 성적뿐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까지 아우르는 치료 기준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희귀암은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연구와 치료 발전에서 소외돼서는 안 된다"며 "이번 연구는 한국이 중심이 돼 아시아 연구 역량을 결집하고, 이를 세계 치료 기준으로 발전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립암센터는 앞으로도 국가암관리 중앙기관으로서 희귀암 연구와 국제 공동연구를 적극 지원하고, 환자 중심의 근거를 축적해 세계 암 치료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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