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가 최근 국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통과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지역의사제 법안)에 대해 "지역의료 현실을 외면한 채 성급하게 추진된 입법"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같은 날 법안소위를 통과한 비대면진료 법안에 대해서는 의협이 제시해온 '4대 원칙'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향후 입법 과정과 하위법령 마련 단계에서 반드시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지역의사제 법안이 공청회 개최 바로 다음 날 법안소위를 통과한 점을 두고 "의료계와 현장의 충분한 논의 없이 강행된 졸속 처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법안에 따르면 2027학년도 의대 입학정원부터 기존 정원 내 일정 비율을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해 학비 등을 지원하고, 졸업 후 10년간 지역 근무를 의무화한다. 또한 특정 지역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는 전문의를 확보하기 위한 계약형 지역의사제도도 함께 포함됐다.
의협은 이를 두고 "지역의료 문제의 본질은 의사 부족이 아니라, 열악한 지역 근무환경과 제대로 된 보상체계 부재에 있다"며 "이 핵심 문제를 건드리지 않은 채 강제 의무복무만 확대하면 지역의료는 결코 개선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미 의학회 및 KAMC와 공동으로 대응위원회를 꾸려 단일한 의료계 의견을 전달해왔으며, 지역의료 강화의 핵심이 ▲의료전달체계 정비 ▲지역 정주여건 개선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특히 이번 법안이 "지역의료의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공급자만 강제 배치하는 방식"이라며 근본적 대책 부재를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10년 의무복무로 젊은 의사들을 지역으로 묶어두겠다는 발상은 현실도, 지속가능성도 없는 정책"이라며 "의사가 자발적으로 머무를 수 있도록 인력·시설·보상·안전이 갖춰진 의료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자체 재정 수준, 지역병원 인프라, 전문의 수급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교한 보상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이번 법안은 또 하나의 실패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대면진료 법안, '4대 원칙' 대거 반영… "환자 안전 확보 위한 최소 조건"
한편 같은 법안소위를 통과한 비대면진료 법안에는 의협이 제시한 4대 원칙이 대부분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의협의 4대 원칙은 △대면진료 원칙 △재진 중심 △의원급 중심 △비대면 전담의료기관 금지 등이다.
김 대변인은 "비대면진료의 남용과 상업화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의협은 "법안의 기본 틀이 갖춰졌을 뿐, 세부 기준은 대부분 하위법령에서 정하게 되어 있어 의료안전 확보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플랫폼 기업의 상업적 진료 유도, 약 배송 확대에 따른 오·남용, 초진 비대면 확대 시도 등 부작용이 실제로 발생할 수 있다"며 "입법 과정과 시행령·시행규칙 마련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참여해 도덕적 해이와 환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