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취임한 지 6개월 만에 탄핵 위기를 맞았다. 의료계 내부에서 의대 증원 등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에 대한 대응 부족과 부적절한 언행 등을 이유로 탄핵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안건도 다시 등장했다. 비대위 구성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대의원총회가 열린 지 불과 2개월 만이다.
지난 24일 의협 대의원회 부산시 조현근 대의원은 "대의원 103명이 임현택 의협 회장 불신임 및 비대위 구성 안건을 의결하기 위한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임시 대의원 총회 소집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 의협 대의원은 총 246명으로, 임시총회 소집을 요청한 103명은 불신임 발의 요건에 해당하는 인원을 넘어선 숫자다.
의협 관련 규정에 따르면 회장에 대한 불신임 안건은 선거권이 있는 회원의 4분의 1 이상, 또는 재적 대의원의 3분의 1 이상 발의로 성립하며 재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 출석, 출석 대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된다.
개최 시기와 장소는 대의원회 운영위에서 결정한다.
조 대의원은 지난 21일 불신임 동의서 취합 시 발표한 발의문에서 "임 회장은 당선인 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차례 SNS를 통해 막말과 실언을 쏟아내 의사와 의협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임 회장은 최근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X소리"라는 정신장애 환자 비하 발언을 했다가 의료계 안팎에서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조 대의원은 이 외에도 임 회장의 국회 청문회 태도 논란이나 독단적인 무기한 집단 휴진 결정 등을 언급해 규탄했다.
이어 "대의원회는 지난 8월 비대위 구성안을 부결시키며 집행부에 의료 정책 대응에 총력을 다할 것을 주문했지만, 내년도 증원은 확정돼 이미 수시 모집이 진행중인 데다가 필수의료 패키지는 더욱 구체화돼 몇몇은 실행에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조 대의원은 다른 대의원들을 향해 "현재 의협 집행부는 학생과 전공의, 의사 회원들에게 완벽히 신뢰를 잃었다"며 "하루빨리 현 집행부에 책임을 물어 혼란 상황을 정리하고 아직 끝나지 않은 투쟁에 불을 지필 새로운 비대위 구성이 시급하다"고 임 회장 탄핵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탄핸록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임현택 회장이 자신에 대해 전공의 지원금 '슈킹' 의혹을 제기한 의협회원 의사에게 '5만원권으로 1억원'을 줘야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말하는 녹취록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의사 커뮤니티 익명게시판에 "임현택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 4억원을 슈킹했다"는 허위 비방글이 계속 게시됐다.
의협은 개인을 비방하는 수준을 넘어 의협 전반의 신뢰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고 보고 고소장을 접수했다. 수사 결과, 이 같은 비방글을 올린 사람은 서울시의사회 최주현 홍보이사로 밝혀졌다.
피의자인 최 이사는 임 회장에게 사과하기 위해 지난 10월 10일 의협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임 회장은 최 이사에게 "용서할 수 없다. 이것이 싫다면 합의금을 내놓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와 관련, 의협 측은 "실제 합의금을 받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최 이사 잘못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라며 "개인적 피해는 물론 의협에 대한 회원들 신뢰에 타격을 주는 허위 사실 유포가 반복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임 회장이 이 과정에서 감정을 조절하기 못하고 대응한 점은 회원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전공의 성금 관련 허위 비방문제는 임 회장 임기 초부터 일각에서 악의적으로 집행부를 공격해왔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최주현 이사는 일반 회원이 아닌 의료계 임원으로 오랜기간 활동해온 사람이기에 허위 사실 적시를 간과할 수 없었다"면서 "언론 인터뷰까지 하며 사실상 2차 가해까지 저지른 최 이사에 대해 중앙윤리위원회 회부 등으로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