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급여 진료만 시행하고 건강보험 급여 진료를 하지 않는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 강화 방침을 밝히자 서울시의사회가 이를 "의료기관을 희생양으로 삼는 보여주기식 규제"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대한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황규석)는 29일 "정부가 제도의 실패는 인정하지 않은 채 의료기관만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비급여 진료를 선택하는 것은 저수가 구조와 왜곡된 건강보험 제도가 만든 필연적 결과이며, 이를 규제하는 것은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현재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를 확대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장기간 지속된 저수가 정책을 지목했다.
의사회는 "정부는 수십 년 동안 필수의료에 대한 적정 보상을 외면한 채 의료기관에 공공성만을 요구해 왔다"며 "많은 의료기관이 생존을 위해 비급여 진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만들어 놓고 이제 와 이를 규제 대상으로 삼는 것은 책임을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원인을 제공한 정부가 결과를 의료기관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국민으로서 의료인의 기본권마저 침해하는 정책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황규석 회장은 정부 정책의 방향 전환을 촉구하며 "정부가 저수가와 왜곡된 건강보험 제도를 수십 년간 방치해 놓고 의료기관만 규제하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뒤바꾼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며 "의료기관을 희생양으로 삼는 정책으로는 필수의료를 살릴 수 없으며, 이제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포함한 건강보험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울시의사회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헌법적 정당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우리나라는 민간의료기관이 의료서비스 대부분을 담당하면서도 모든 의료기관을 건강보험에 강제로 편입시키는 당연지정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국가가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면서도 적정한 보상은 하지 않고 공공의 의무만 부과하는 모순적인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연지정제는 1989년 전국민 건강보험 도입 과정에서 시행된 이후 4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지만, 시대 변화에 맞는 근본적인 재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제는 제도의 헌법적 정당성 자체를 다시 살펴봐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국가는 공공성을 이유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지만 그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정당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며 "현재의 당연지정제는 의료기관의 희생만을 전제로 유지되면서 필수의료 붕괴와 의료전달체계 왜곡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에 ▲의료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비급여 의료기관 규제 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 ▲저수가 정책과 건강보험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인정하고 근본적인 개혁에 나설 것 ▲의료기관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존중하는 의료정책으로 전환할 것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위헌 여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고 제도 전반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정부가 의료기관에 대한 통제와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경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포함한 모든 법적 대응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의료를 살리는 길은 의료기관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는 것이며, 정부는 의료기관을 통제의 대상이 아닌 국민 건강을 함께 책임지는 동반자로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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