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만성 거대 B세포림프종(DLBCL) 치료의 표준 표적항암제인 리툭시맙(Rituximab)의 치료 효과를 떨어뜨리는 새로운 내성 기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연구팀은 종양세포가 분비하는 'CD20 양성 세포외소포체(Extracellular Vesicle)'가 항암제를 먼저 붙잡는 '항원 미끼(antigen decoy)'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으며, 치료 전 혈액검사만으로 치료 반응과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가능성도 제시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 연구팀은 미만성 거대 B세포림프종 환자에서 리툭시맙의 항암 효과를 저해하는 새로운 내성 기전을 규명하고, 혈중 CD20 양성 세포외소포체를 치료 반응 예측 바이오마커로 활용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만성 거대 B세포림프종은 B림프구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림프종으로, 진행 속도가 빠른 공격성 혈액암이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도 기대할 수 있는 질환이다.
현재 표준치료에는 CD20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리툭시맙이 널리 사용된다. 리툭시맙은 암세포 표면의 CD20에 결합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대표적인 표적항암제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는 환자의 40~50%에서 리툭시맙에 대한 내성이 발생한다. 기존에는 암세포에서 CD20 발현이 감소하거나 사라지는 현상 등이 원인으로 알려졌지만, 이러한 기전만으로는 모든 내성 사례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종양세포가 혈액으로 분비하는 CD20 양성 세포외소포체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이 세포외소포체는 리툭시맙과 먼저 결합해 항체가 실제 암세포까지 도달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항원 미끼'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리툭시맙이 진짜 표적인 암세포 대신 세포외소포체에 먼저 소모되면서 항암 효과가 감소하는 새로운 내성 기전이 밝혀진 것이다.
연구팀은 4차원 광학현미경을 이용한 관찰에서도 리툭시맙이 암세포보다 세포외소포체에 우선 결합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실제 암세포 표면에는 항체가 상대적으로 적게 결합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또한 새롭게 진단받은 미만성 거대 B세포림프종 환자의 혈청을 분석한 결과, 치료 전 혈중 CD20 양성 세포외소포체 수치가 높은 환자일수록 질병특이생존율과 전체생존율이 모두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예후 예측 능력은 국제예후지수(IPI)를 보정한 이후에도 독립적으로 유지돼, 기존 예후 평가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바이오마커로서의 가능성도 확인됐다.
세포실험에서는 종양 유래 CD20 양성 세포외소포체가 림프종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동시에 리툭시맙의 항암 효과와 면역세포 매개 세포독성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석진 교수는 "혈액 속 세포외소포체가 치료 항체와 결합해 종양세포에 대한 항종양 효과를 떨어뜨리는 새로운 내성 기전을 제시한 연구"라며 "치료 전 혈액검사만으로 리툭시맙 반응과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항체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치료 전략 수립은 물론 정밀의료 발전에도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혈액암 분야의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Blood Cancer Journal(IF 13.8)'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