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중 소아 환자의 동맥혈 이산화탄소 분압(PaCO₂)을 채혈 없이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 개발됐다. 혈관이 가늘어 반복 채혈 부담이 큰 신생아와 영아의 침습적 검사를 줄이는 것은 물론, 정밀한 환기 관리가 필요한 소아 수술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 김현호 교수(소아청소년과) 연구팀은 수술 중 수집되는 생체신호를 활용해 소아 환자의 동맥혈 이산화탄소 분압(PaCO₂)을 비침습적으로 추정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박주현 전공의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조채은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마취·통증 분야 국제학술지 Anesthesiology(IF 9.4)에 게재됐다.
동맥혈 이산화탄소 분압은 마취 중 환기 상태와 산-염기 균형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하지만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는 동맥관을 삽입해 반복적으로 혈액가스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특히 소아는 혈관이 가늘어 동맥관 삽입 자체가 어렵고 혈관 손상이나 혈류 장애 위험이 높으며, 반복 채혈에 따른 빈혈 우려도 적지 않다.
임상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호기말 이산화탄소(EtCO₂)를 활용하지만, 실제 동맥혈 이산화탄소와 차이가 발생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학교병원이 구축한 공개 수술실 생체신호 데이터베이스(VitalDB)의 소아 환자 3,586명, 총 8,853쌍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어 SHAP(Shapley Additive Explanations) 분석을 통해 예측에 중요한 10개 변수를 선별하고 기계학습 알고리즘에 적용했다.
최종 모델에는 호기말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체온, 분당 환기량, 연령, 흡입 산소 농도(FiO₂), 심장질환 유무, 폐 순응도, 수술 전 헤모글로빈, 체질량지수(BMI), 평균 동맥압 등이 반영됐다.
분석 결과 AI 모델은 기존 호기말 이산화탄소만 이용한 방법보다 평균절대오차(MAE)를 3.56㎜Hg에서 2.73㎜Hg로 약 23% 줄이며 정확도를 크게 높였다.
또한 충남대학교병원 소아 환자 50명(92건)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수집한 소아 환자 499명(2,138건)을 대상으로 한 외부 검증에서도 각각 MAE 3.65㎜Hg와 3.67㎜Hg를 기록해 기관과 시기가 달라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동맥혈가스검사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임상 현장에서 유용한 보조 지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현호 교수는 "동맥관 삽입이 어렵거나 혈액가스검사를 자주 시행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번 AI 모델이 유용한 보조 도구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이산화탄소를 정밀하게 조절해야 하는 소아 신경외과 수술 등에서 임상적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의료현장 적용을 위해서는 전향적 임상시험을 통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