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톱 흑색종은 그동안 병변이 있는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절단하는 것이 표준 치료로 여겨졌지만, 앞으로는 일부 환자에서 절단 없이 기능을 보존하는 수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이경태 교수 연구팀은 침윤성 손발톱 흑색종 환자에서도 MRI 검사에서 뼈 침범이 확인되지 않으면 손·발가락을 보존하는 기능적 수술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손발톱 흑색종은 멜라닌세포에서 발생하는 피부암의 일종으로, 손발톱 밑에 검은 줄이나 멍처럼 나타나 초기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손과 발끝에 발생하는 말단 흑색종은 진행 속도가 빠르고 예후가 좋지 않아 적극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그동안은 암세포가 뼈까지 침범했을 가능성을 우려해 병변이 있는 손가락이나 발가락 마디를 절단하는 것이 표준 치료로 시행돼 왔다. 하지만 절단은 손 기능 저하뿐 아니라 심리적 부담과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하는 만큼, 기능을 보존할 수 있는 치료법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술 전 MRI를 활용해 뼈 침범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새로운 치료 프로토콜을 적용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침윤성 손발톱 흑색종 환자 27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MRI에서 뼈 침범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환자는 암의 두께와 관계없이 절단 대신 종양만 정밀하게 절제하는 기능 보존수술을 시행할 수 있었다.
수술 후에는 서혜부에서 매우 얇은 피부와 미세혈관을 함께 채취해 손가락이나 발가락에 이식하는 '초박막 미세천공지 피판(Superthin SCIP flap)' 재건술을 적용해 형태와 기능을 최대한 유지했다.
연구 결과 MRI에서 뼈 침범이 없다고 판단된 환자는 모두 수술 후 조직검사에서도 실제 뼈 침범이 확인되지 않아 MRI의 높은 진단 정확성도 입증됐다.
치료 성적 역시 우수했다. 추적 관찰 결과 수술 부위 국소 재발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아 국소 재발률은 0%를 기록했다. 또한 2년 무병생존율은 81.6%, 2년 국소영역 무재발생존율은 94.4%로 나타나 기존 절단술과 비교해도 종양학적 안전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됐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암의 두께보다 뼈 침범 여부가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경태 교수는 "무분별한 절단을 줄이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의료진의 중요한 과제"라며 "이번 연구는 정확한 영상 진단과 고난도 재건술이 뒷받침된다면 손발가락을 절단하지 않고도 종양을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의미 있는 연구"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기관 연구를 통해 치료 프로토콜을 검증한다면 손발톱 흑색종 치료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단일 기관에서 아시아인 환자만을 대상으로 진행된 만큼 향후 다양한 인종과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대규모 다기관 연구를 통해 치료법의 범용성과 안전성을 추가 검증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유럽외과종양학회지(European Journal of Surgical Onc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