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진료비에서 한방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6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교통사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진료임에도 한방 진료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의과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 자동차보험 진료체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25년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자동차보험 진료비가 특정 진료 분야에 편중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고 밝혔다.
2025년 자동차보험 전체 진료비는 2조8114억원으로 전년(2조7276억원)보다 838억원(3.07%) 증가했다. 하지만 증가 폭은 의과와 한방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의과 진료비는 1조1051억원에서 1조1065억원으로 14억원(0.12%)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한방 진료비는 1조6,151억원에서 1조6,972억원으로 821억원(5.08%) 늘었다. 이에 따라 한방 진료비가 전체 자동차보험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4%에 달했으며, 의과와 한방 간 진료비 격차도 약 5900억원으로 확대됐다.
의협은 "자동차보험 진료비 증가분 대부분이 한방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의과 진료비는 사실상 정체된 반면 한방 진료비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방병원 진료비, 의과 전체 규모와 맞먹어
특히 자동차보험 진료체계가 한방병원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2025년 한방병원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1조656억원으로, 의과 전체 진료비 1조1065억원에 육박했다.
환자 이용 양상에서도 한방병원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한방병원 입원환자는 전년 대비 7.08% 증가해 전체 의료기관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 확대를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자동차보험 환자는 감소세를 이어가며 진료 이용 구조 변화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염좌·긴장인데 진료비는 한방에 집중
자동차보험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상병은 의과와 한방 모두 동일했다. '목 부위의 관절 및 인대의 탈구·염좌 및 긴장(S13)'과 '요추 및 골반의 관절 및 인대의 탈구·염좌 및 긴장(S33)'이 대표적인 다빈도 상병이었다.
그러나 동일한 상병임에도 진료비는 한방으로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2024년 기준 이들 두 상병은 의과 진료비의 29.35%, 한방 진료비의 76.26%를 차지했으며, 이러한 비중은 2025년에도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 또한 같은 상병이라도 건당 진료비는 한방이 의과보다 최대 2.8배 높은 수준을 기록해 진료비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협은 이 같은 현상이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라 자동차보험 진료체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자동차보험 지속가능성 위해 제도 개선 필요"
의협은 "자동차보험이 교통사고 환자의 신속한 치료와 기능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특정 진료 분야로 진료비가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분석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협 자동차보험위원회 이태연 위원장은 "자동차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과 국민의 의료선택권 보장을 위해 의과와 한방 간 불균형 해소가 시급하다"며 "근거 중심의 자동차보험 진료기준 마련과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및 인정기준의 합리적 개선,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체계 확립이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2025년 통계는 자동차보험 진료비 증가가 한방에 집중되고 있는 구조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최소화하고 자동차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통계와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제도 개선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체계와 심사기준 개선, 자동차보험 진료의 적정성 확보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정부 및 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며,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자동차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