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진, 의사 재량 맡기는 정부…책임 떠넘기기 중단하라"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법·제도 없이 처방 재량만 부여… 환자·의료진 모두 위험"

김아름 기자 2026.07.15 15:01:33

정부가 약물적 임신중절 의약품(미프진) 도입과 처방 기준 마련을 추진하는 가운데,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가 "법적·제도적 안전장치 없이 처방 기준을 의사 재량에 맡기겠다는 것은 국가 책임을 의료진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합리적인 제도 마련에는 공감하지만, 최소한의 법적·제도적 기준 없이 의료진의 재량만 강조하는 정부의 접근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정부는 약물적 임신중지가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돼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국가가 마련해야 할 기준과 책임은 외면하고 있다"며 "보건의료 정책은 정치적 타협이나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낙태죄 관련 입법 공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명확한 법적 기준 없이 의사가 처방 주수를 판단하도록 하는 것은 의료사고와 법적 분쟁의 책임을 개별 의료진에게 떠넘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약물적 임신중지 후 대량 출혈, 감염, 불완전 임신중지, 자궁외임신 지연 진단 등 중대한 합병증이 발생했을 때 어떤 기준으로 의료행위의 적절성을 판단할 것인지 정부는 아무런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명확한 기준 없는 재량권 부여는 의료현장의 혼란과 환자 안전 위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프진을 단순한 복용약으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의학적 위험성을 간과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미프진은 단순히 알약을 복용하면 끝나는 약제가 아니다"라며 "복용 전 초음파를 통한 자궁내 임신 확인과 자궁외임신 배제, 정확한 임신 주수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며, 복용 후에도 응급수술이 가능한 의료체계와 사후관리가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준비되지 않은 허용은 해외 직구 부작용보다 더 큰 합법적 의료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또한 여성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약물을 복용하는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를 이유로 관리체계 없이 국내 유통을 허용하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오남용 방지 대책과 안전한 유통 관리체계 없이 접근성만 확대하면 해외 직구의 위험이 국내 유통의 위험으로 바뀌는 것에 불과하다"며 "정부 차원의 철저한 관리체계와 처방·투약 기준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안전한 약물적 임신중지를 위해서는 의료진의 재량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표준화된 제도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약물적 임신중지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 마련 ▲임신 주수와 적응증·금기사항·사전검사·사후관리 등을 포함한 국가 표준진료지침 수립 ▲응급의료 전달체계 및 추적관리 시스템 구축 ▲의료진의 법적 보호장치 마련 ▲사회적·윤리적 논의를 통한 국민적 합의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의사회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보건의료 정책에서 국가의 책무를 의료진의 재량이라는 이름으로 대신할 수는 없다"며 "여성의 안전한 진료환경과 의료진의 합법적인 진료권을 보호하기 위해 의학적 안전 조건이 충족되는 즉시 제도 마련에 적극 협력하겠지만, 성급한 시행이 아닌 책임 있는 제도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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