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유보 및 중단 결정을 환자가 직접 하느냐, 가족이 대신 하느냐에 따라 임종기 치료 강도와 의료비가 크게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자 본인이 결정하면 두 지표가 모두 감소하는 반면, 가족이 대리 결정하면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오탁규·송인애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중환자실에 입원한 전국 성인 환자 1,189,042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 권위의 호흡기·중환자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IF: 21.7) 최신호에 게재됐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환자 스스로 임종기 연명의료를 거부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나, 현장에서는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한 환자를 대신해 가족이 결정을 내리는 비율이 55.7%(올해 5월 기준)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연구팀은 연명의료 관련 문서가 없는 환자군을 기준으로 '환자 본인 작성군'과 '가족 대리 작성군'의 의료 이용 양상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경우 문서가 없는 환자군에 비해 인공호흡기 삽관, 체외생명유지술 등 고강도 침습적 연명의료를 시행할 가능성이 약 0.7배로 낮아졌다. 특히 중환자실 입원 후 90일 이내에 사망한 환자군만 따로 분석했을 때는 그 가능성이 약 0.43배까지 떨어졌다.
반면 가족이 대신 문서를 작성한 경우에는 오히려 문서가 없는 환자군보다 침습적 연명의료를 시행할 가능성이 약 2.35배나 높았다.
의료비 역시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환자 본인 작성군의 일일 의료비는 문서가 없는 환자군 대비 약 14% 감소했으나, 가족 작성군은 약 4% 증가했다. 연구팀은 가족의 경우 환자의 정확한 의사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심리적 부담감과 불확실성 탓에 적극적인 치료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오탁규 교수는 "연명의료 유보·중단 결정은 환자 본인이 자신의 가치와 선호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시기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가족 및 의료진과 상의해 미리 뜻을 남기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문화가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