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진화해도 중심은 의사"… 세계 의료계, 미래의료 원칙 제시

WMA·AMA·JMA,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서 AI 시대 의료 리더십 논의
세계 의료계 수장들 "AI는 보조도구, 의료혁신 가능하나 의사 대신 못해"

김아름 기자 2026.07.11 13:22:55

(왼쪽부터)WMA 키툴루 회장, AMA 언더우드 회장, JMA 이케바타 부회장

세계 의료계를 대표하는 지도자들이 AI와 초고령사회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도 의료의 중심은 결국 '의사'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AI가 진단과 치료의 효율성을 높이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는 있지만,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임상적 판단과 윤리적 책임, 그리고 환자와의 신뢰는 인간 의사의 역할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이 미래 의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국가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제시됐다.

11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43차 종합학술대회에서는 'AI·초고령 시대 의료계에 필요한 리더십'을 주제로 세계의사회(WMA), 미국의사협회(AMA), 일본의사회(JMA) 대표들이 기조강연을 통해 미래 의료의 방향을 제시했다.

세 연자는 국적과 의료제도는 달랐지만 AI를 바라보는 시각은 같았다. 인공지능은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혁신 기술이지만 의료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의사이며, AI 역시 의사의 전문성을 뒷받침하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WMA "한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의료 시험대"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재클린 윌리엄 키툴루(Jacqueline W. Kitulu) 세계의사회(WMA) 회장은 AI와 초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한국의 현실을 세계 의료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AI와 인구 고령화는 각각만으로도 의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거대한 흐름이며, 이 두 변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며 "한국은 이제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 세계가 앞으로 경험할 미래를 먼저 보여주는 국가"라고 말했다.

이어 "초고령사회 속에서도 양질의 의료를 유지하는 방안을 만들어낸다면 한국은 글로벌 의료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리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의 역할에 대해서도 분명한 선을 그었다.

키툴루 회장은 "AI는 의사의 손에 들린 강력한 도구일 뿐이며 임상적 판단을 대신할 수 없다"며 "무엇보다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는 어떤 기술도 대신할 수 없는 의료의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AMA "AI는 의사 부족 해결책 아니다…책임도 함께 논의해야"

윌리 언더우드 3세(Willie Underwood III, MD, MSc, MPH) 미국의사협회(AMA) 회장은 AI를 의사 부족 문제의 대안으로 접근하는 정책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AI는 의사를 대체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술이 아니라 의사의 역량을 확장하는 기술"이라며 "의사 부족을 이유로 AI가 의사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접근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언더우드 회장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도 의료현장의 AI 활용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 진료기록 작성과 행정업무 경감, 연구 지원, 임상의사결정 보조 등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이어 "AI는 번아웃에 시달리는 의료진이 환자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AI 오류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을 의료진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언더우드 회장은 "개발사와 플랫폼 기업 역시 안전성과 책임성에 대한 역할을 함께 져야 한다"며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법·제도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JMA "AI 시대일수록 의사의 설명과 책임은 더 커져"

유키히코 이케바타(Yukihiko Ikebata) 일본의사회(JMA) 부회장은 초고령사회를 먼저 경험하고 있는 일본 사례를 소개하며 AI 시대 의료전문직의 역할이 오히려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는 진료기록 작성이나 정보 검색, 진단 지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지만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은 언제나 의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이 AI를 통해 다양한 의료정보를 접하는 시대일수록 의사는 더 정확하고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며 "AI 발전은 의사의 역할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과 설명 책임을 더욱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계 의료계가 공통적으로 던진 메시지는 명확했다. AI는 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핵심 기술이지만 의료의 중심을 대신할 수는 없으며,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전문직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AI의 안전한 활용을 위해서는 의사가 중심이 되는 의료정책과 책임체계, 윤리 기준이 함께 마련돼야 하며, 기술 혁신 역시 환자 중심 의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세계 의료계는 이날 한국을 향해 또 하나의 기대도 전했다. 

이들은 "초고령사회와 AI 시대를 가장 먼저 경험하는 한국이 의료혁신의 실험장이자, 앞으로 세계 의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다"며 "이번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는 AI 기술의 발전을 넘어 '사람 중심 의료'의 가치를 다시 확인한 자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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