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계가 전담간호사 교육·관리체계 일원화와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며 이재명 대통령과의 면담을 재차 요청했다.
대한간호협회는 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58만 간호사의 간곡한 외침, 대통령님 면담을 재차 촉구합니다'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현장의 의견을 직접 청취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국 17개 시·도간호사회 대표와 현장 간호사들이 참석했으며, 최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고(故) 강수빈 간호사를 추모하기 위해 검은색 복장을 착용하고 묵념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간호협회는 "지난 의료공백 당시 환자 곁을 끝까지 지킨 것은 간호사들이었다"며 "간호법 제정으로 진료지원업무의 전문성이 법적으로 인정됐지만 현재 추진되는 교육 및 자격관리체계는 현장의 전문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국민의 생명과 환자 안전을 위한 올바른 간호정책을 함께 논의해 달라"며 대통령과의 면담을 공식 요청했다.
전국 시·도간호사회를 대표해 발언한 박정선 회장은 "이번 면담 요청은 특정 직역의 이해관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와 국민의 생명이 걸린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의료공백 사태를 언급하며 "병원은 멈출 수 없었고 환자는 기다려주지 않았다"며 "법적 보호와 제도적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간호사들은 환자를 떠나지 않았고 국가 의료체계 유지에 힘을 보탰다"고 말했다.
이어 "분절된 전담간호사 교육체계로는 교육의 질과 환자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교육과 평가, 질 관리가 하나의 체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한간호협회가 요구하는 것은 권한 확대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통합 교육·질 관리체계 구축"이라며 "이는 의료교육의 기본 원칙이자 국제적으로도 검증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고 강수빈 간호사를 추모하는 메시지도 이어졌다.
박 회장은 "환자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꿈을 안고 의료현장에 들어온 청년이 자신의 생명은 지키지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났다"며 "인력이 부족한 현장과 과중한 업무가 계속된다면 같은 비극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장 간호사를 대표해 발언한 간호사는 "새벽에도 밤에도 가장 먼저 환자에게 달려가는 사람이 간호사지만, 의사 공백을 메우면서도 정작 간호사를 보호하는 제도는 너무 늦다"며 "국가가 이제는 간호사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제대로 배우고 안전하게 일한 뒤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이 간호사들의 바람"이라며 "간호사가 안전해야 환자가 안전하고 충분한 교육을 받아야 국민도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듣지 않는 정부, 소통의 창을 열라'를 주제로 우산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마지막 발언이 끝난 뒤 우산을 펼쳐 '소통', '경청', '대화'라는 문구를 공개하며 "대통령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주십시오"를 함께 외쳤다.
아울러 "의사들이 떠난 자리를 간호사가 지켜냈다", "전문성을 인정하라", "교육관리 운영체계를 일원화하라", "보건복지부는 간호법을 올바르게 완수하라" 등의 구호를 제창하며 정책 개선을 촉구했다.
신경림 회장은 대통령 면담 요청문을 통해 "지난 6월 30일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직 성사되지 않았다"며 "진료지원업무를 안전하게 제도화하고 교육·평가·질 관리가 하나의 체계 안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 강수빈 간호사 사망을 계기로 적정 간호인력 확보, 환자당 간호사 배치기준 법제화, 교육전담간호사 제도 확대, 간호인력지원센터 기능 강화 등 근무환경 개선 대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간호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대통령 면담 요청문을 전달했으며, 다음 주에는 전국 간호사 5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고 청와대까지 행진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