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검사 수가 인하 후폭풍… 국내 체외진단산업 성장엔진 꺼지나

의료비 절감 넘어 산업 경쟁력까지 영향… "R&D·생산기반 위축되면 글로벌 기업 의존 심화"

김아름 기자 2026.07.01 09:24:20

정부의 검체검사 수가 인하 방침을 둘러싼 논란이 의료계를 넘어 국내 체외진단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산업계는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라는 정책 목표에는 공감하면서도, 반복적인 수가 인하가 연구개발(R&D) 투자와 생산기반을 약화시켜 국내 체외진단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기업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며 의료정책과 산업정책을 함께 고려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체외진단의료기기협회는 검체검사 수가 정책이 단순한 의료서비스 가격 조정을 넘어 국가 바이오헬스 산업과 보건안보에 미치는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체외진단의료기기가 감염병 대응과 정밀의료, 희귀질환 진단, 만성질환 관리 등 국가 의료체계의 핵심 기반인 동시에 정부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바이오헬스 산업의 대표 분야라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개발 중심 산업인 만큼 석·박사급 연구인력과 청년 전문인력 고용 비중이 높고 첨단 제조기술과 의료기술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산업계는 검체검사가 의료현장의 필수 진료행위일 뿐 아니라 국내 체외진단기업들이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핵심 시장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정부가 바이오헬스를 미래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만큼 검체검사 수가 정책 역시 산업 육성 방향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진단검사의학계가 검체검사 수가 인하로 중증·응급검사와 희귀질환 검사 등 필수 검사체계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 데 이어 산업계도 검사시장 전반의 가격 경쟁 심화가 국내 제조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와 생산기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경쟁 환경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산업계의 설명이다. 상당수 다국적 기업은 이미 투자비를 회수한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이 가능한 반면, 국내 기업은 차세대 진단기술 개발과 해외 인허가, 생산시설 확충 등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성장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격 중심의 수가 정책이 지속될 경우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과 동일한 가격 경쟁에 내몰리고, 결과적으로 국산 제품의 시장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국내 시장의 글로벌 기업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산업계는 원가보상률이 100%를 웃돈다는 결과만으로 검체검사를 지속적인 수가 인하 대상으로 삼는 접근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의 원가보상률은 검사실 자동화와 디지털화, 검사량 증가에 따른 규모의 경제, 품질관리 고도화 등 의료기관과 산업계의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이 축적된 결과라는 것이다. 이를 단순히 '과잉 보상'으로 해석해 추가적인 수가 인하의 근거로 활용할 경우 혁신을 위한 투자 유인이 약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원가보상률은 표본기관 구성과 의료기관 종별 특성, 위탁검사 비중, 검사 분야별 원가 구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산정 과정의 대표성과 객관성, 통계적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국내 체외진단기업들이 신속한 진단제품 개발과 안정적인 공급을 통해 국가 방역체계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에 기여했던 경험을 상기시키며, 이러한 경쟁력 역시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안정적인 시장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반복되는 가격 압박은 연구개발 투자 축소와 청년 연구인력 채용 감소, 국내 생산기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국가 진단역량과 보건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체외진단의료기기협회는 "검체검사 수가 정책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필수의료 지원이라는 정책 목표뿐 아니라 국가 보건안보와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국내 체외진단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기술 경쟁력 확보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수가 산정 과정에서 의료계와 산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정책 논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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