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통해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수가 구조 개편안을 의결한 가운데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의료계는 필수의료 지원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도 검체검사와 영상검사 분야에 대한 대규모 수가 삭감과 위수탁 제도 개편을 강행해 일차의료 현장에 막대한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검체검사 위수탁 배분체계 개편은 의료기관 경영과 환자 진료체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건정심 본회의에서 의결된 '지역 및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 방안'과 '2027년도 의원급 환산지수' 결정 결과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26일 열린 건정심 본회의에서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을 의결하고 향후 연간 3조6000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지역 및 필수의료 분야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검체검사와 CT·MRI 등 영상검사 분야에 대해서는 과보상 영역으로 판단하고 약 2조6000억원 규모의 수가 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도 함께 의결했다.
의협은 필수의료 지원이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재원 마련 과정에서 검체검사와 영상검사 분야를 일방적으로 '과보상 영역'으로 규정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성근 대변인은 "지역·필수의료 지원을 위해 한쪽 분야의 수가를 대폭 삭감하는 방식은 결국 또 다른 의료현장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보상 방안은 불분명한 반면 수가 인하에 따른 피해는 의료기관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장 큰 논란은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이다.
건정심은 그동안 시장 원리에 따라 운영돼 온 검체검사 상호정산 체계를 위탁수가와 수탁수가 체계로 전환하고, 진단검사의 경우 위탁기관 25%, 수탁기관 45%를 기본 배분 구조로 정했다. 여기에 위탁기관에는 시범보상 10%, 수탁기관에는 고난도검사·지역가산·질평가 등에 따른 차등 보상 20%가 추가 적용된다.
정부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시범보상 재정을 활용해 '임상결과 분석 관리료(가칭)'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최대 39% 수준까지 보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검체검사를 의뢰하는 의원급과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검사 수가 인하에 더해 배분비율 조정까지 겹치면서 상당한 경영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한다"고 말했다.
병리검사의 경우 검사료 조정 없이 위탁기관 약 15%, 수탁기관 약 85%의 배분 비율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추가 보상 방안은 향후 논의하기로 했다.
김 대변인은 "검체검사 수가는 단순한 수익 구조가 아니라 진단과 치료의 기반이 되는 필수 의료행위"라며 "충분한 영향 분석 없이 배분 구조를 급격히 변경할 경우 일차의료 체계 전반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건정심에서는 2027년도 의원급 요양급여비용 환산지수도 의결됐다.
지난 수가협상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의원 유형의 경우 총 인상률은 건보공단이 제시했던 1.6%(3231억원) 수준으로 결정됐다. 다만 이 가운데 환산지수 인상분은 0.9%만 반영하고, 나머지 재정은 진찰료 등 상대가치 개편에 활용하기로 했다.
의협은 이 같은 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 대변인은 "재정 규모조차 명확히 공개되지 않는 구조 속에서 정부의 최종안을 사실상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현행 수가협상 체계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환산지수 인상 폭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을 다시 쪼개 사용하는 방식은 지역·필수의료와 일차의료 지원이라는 정책 목표와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의료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을 반복적으로 추진하면서 의료기관의 경영 불안과 진료 현장의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며 "결국 그 피해는 국민과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의협은 오는 28일 오후 4시 서울 대한문 앞에서 '국민의 치료권,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관리급여 반대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수가 및 비급여 통제 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할 예정이다.
김 대변인은 "관리급여를 비롯한 일련의 정책은 단순한 급여체계 개편을 넘어 국민의 치료 선택권과 의료인의 전문적 판단을 제한하는 문제"라며 "정부는 일방적인 통제 정책을 중단하고 의료계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