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치매 예방과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특히 치매 전 단계로 알려진 '경도인지장애(MCI)'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혈액 한 번으로 알츠하이머병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검사 기술이 등장하며 치매 관리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또래보다 저하됐지만 일상생활은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단순한 건망증으로 여겨 방치하기 쉽지만, 환자의 10~15%는 매년 치매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조기 발견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국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3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치매가 본격적으로 발현되기 전 위험군을 선별하는 '조기 예측'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증상이 나타나기 수십 년 전부터 뇌 속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축적되며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이러한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검사나 뇌척수액 검사가 필요했다. 그러나 높은 비용과 검사 부담으로 인해 조기 선별에 한계가 있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병 검사다. 서울의과학연구소(SCL)는 2024년 국내 최초로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병 정밀예측 검사인 '알츠체크(AlzCheck)'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알츠체크는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원인 물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42/40 비율을 정밀 분석해 뇌 내 병리 변화 가능성을 예측하는 검사다. 복잡한 영상검사나 침습적 검사를 대신해 간단한 채혈만으로 치매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SCL은 여기에 더해 알츠하이머병의 또 다른 핵심 바이오마커인 '인산화 타우(p-tau181·p-tau217)' 검사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향후 타우 검사까지 임상 현장에 적용될 경우 치매 위험도 평가의 정확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역 의원에서도 혈액검사만으로 보다 정밀한 알츠하이머병 위험 평가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치매 치료의 핵심이 증상 발생 이후가 아닌 '증상 이전 단계'에 있다고 강조한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면 생활습관 개선과 적절한 치료 개입을 통해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정부가 추진 중인 치매국가책임제와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과도 맞물려 있다. 조기 진단 기술이 확대될수록 치매 관리 정책의 효과도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다.
SCL 오종원 진단검사의학과 부원장은 "질환을 조기에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검사 시스템은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치매 조기 검진 활성화는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