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정연 "美 HCC 모델 한국의료 현실과 충돌, 도입 신중해야"

업코딩·환자 회피·과소진료 가능성 지적…"단순 지불제도 아닌 의료체계 전반 영향"

김아름 기자 2026.06.11 15:21:58

보건복지부가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통해 계층적 질환군(HCC) 기반 위험조정 지불모형 도입을 검토하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미국 CMS-HCC 모델의 국내 적용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계층적 질환군(CMS-HCC) 위험조정 모델 도입의 문제점 분석' 이슈브리핑을 발간하고, 미국 메디케어 어드밴티지(Medicare Advantage) 제도에서 활용되는 CMS-HCC 모델의 구조와 한계를 검토한 뒤 국내 의료환경에 적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분석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CMS-HCC 모델은 민간보험 중심의 미국 의료체계에서 건강한 가입자만 선호하는 역선택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개발된 위험조정 방식이다. 환자의 진단코드와 연령, 성별, 질환 이력 등을 바탕으로 위험조정계수(RAF)를 산출해 보험 재정을 배분하는 구조다.

그러나 연구원은 단일 공보험 체계를 운영하는 우리나라와 미국은 제도적 기반과 의료 이용 환경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HCC 모델을 도입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업코딩(upcoding)' 유인이다. HCC 모델은 진단코드가 위험점수와 직접 연결되는 구조여서 상대적으로 중증도가 높은 질환 코드 입력이나 반복적인 진단 기재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미국에서도 진단코드 조정을 통한 과다 보상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과소진료 가능성도 주요 우려 사항으로 꼽혔다. 의료기관이 비용 절감 압박을 받게 될 경우 검사나 입원, 전문진료 의뢰를 줄이는 방향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환자 진료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환자 회피 현상 역시 문제로 제기됐다. 중증·복합질환 환자는 의료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의료기관 입장에서 관리 부담이 높은 환자로 인식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등록을 기피하거나 진료를 회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HCC 모델은 전년도 진단정보를 중심으로 위험도를 평가하는 구조인 만큼 급성질환 발생이나 환자의 기능 저하, 건강 상태 변화 등을 즉각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갖고 있다. 여기에 코딩 관리와 오류 검증, 행정 업무 증가에 따른 부담이 의료기관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 의료기관 선택이 자유롭고 여러 의료기관을 동시에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국내 의료 이용 행태는 등록 환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HCC 방식과 구조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사회경제적 취약성이나 기능 상태 등 비의학적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점도 한계로 지적했다. 이러한 요소가 배제될 경우 실제 의료 필요도와 예측 결과 간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의료 접근성 저하와 건강보험 재정 부담 증가라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정책연구원은 "CMS-HCC는 업코딩 문제와 위험점수 산정 시차, 고위험 환자 회피 등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며 "충분한 제도적 기반과 정보 인프라 없이 성급하게 도입할 경우 일차의료 보상체계 개선이라는 정책 목표보다 재정 부담 증가와 의료접근성 악화 같은 부작용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HCC 기반 위험조정은 단순한 지불제도 개편이 아니라 의료전달체계와 환자관리체계, 건강보험 재정, 정보 인프라 전반과 연결된 정책"이라며 "국내 의료 현실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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