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건강보험 적용 확대, 기술의 발전, 경쟁적인 가격 할인까지 더해지면서 임플란트는 어느새 치과 진료의 가장 익숙한 결론처럼 자리 잡았다. 문제는 그 결론이 때로 너무 빨리, 너무 쉽게 내려진다는 점이다.
치아를 뽑는 결정은 진단 중에서도 가장 단호하게 들린다. "이 치아는 살리기 어렵습니다. 임플란트를 하셔야 합니다." 환자 입장에서 이 말을 들으면 더 이상 선택지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뿌리 끝 염증이 있어도 치근단 수술로 보존이 가능한 치아가 있다. 심하게 흔들리는 것처럼 보여도 치주 치료 후 기능을 회복하는 사례가 있다. 치아 파절이 있더라도 파절 깊이와 위치에 따라 크라운으로 보존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발치는 되돌릴 수 없다. 한 번 뽑힌 자연치아는 어떤 임플란트도 완전히 대신하지 못한다. 그 비가역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내려지는 발치 권유는, 설령 의도가 없더라도 환자에게는 과잉진료가 될 수 있다.
자연치아를 살리는 치료가 덜 선택되는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신경치료, 치주 수술, 치근단 수술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반면 임플란트는 단계가 명확하고 예후 예측이 비교적 쉽다. 이 차이가 의사 개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임상 현장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타치과에서 발치 권유를 받고 재진단을 요청하러 오는 환자들을 마주할 때마다 그 현실이 실감된다.
좋은 진단은 빠른 결론이 아니다. 가능한 선택지를 모두 검토하고, 각각의 예후와 한계를 환자에게 솔직하게 전달하고, 그 결정의 무게를 함께 지는 것이다. 자연치아를 살리는 시도가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을 알면서도 노력해보는 것과, 처음부터 그 가능성 자체를 환자에게 주지 않는 것은 다르다.
진료를 오래 하다 보면 알게 되는 것이 있다. 환자들은 치료 결과만큼이나, 자신의 치아를 포기하지 않고 함께 고민해준 의사를 기억한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한 자리에서 진료를 이어온 치과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것도 그것이다. 환자와의 신뢰, 그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하지 않는 태도.
임플란트가 나쁜 선택이 아니다. 다만 그것은 마지막 선택이어야 한다. 치과 의사가 발치 결정 앞에서 잃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한 번 더 멈추는 습관이다. 뽑기 전에 살리는 쪽을 충분히 고민했는가.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 그것이 책임지는 진단의 시작이다.
글: 일산화이트드림치과 이상준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