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그룹이 짚은 한국 바이오제약의 현주소는

"성장세는 뚜렷하지만 임상·승인 병목이 과제"

홍유식 기자 2026.06.04 17:41:51

한국 바이오제약 산업이 생산력과 기술력에서는 아시아 최상위권에 올랐지만, 임상시험 추진력과 신약 승인에서는 정체 신호가 나타나고 있어 성장세를 뒷받침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금융그룹 INGN는 최근 발간한 '한국, 아시아의 두 번째 혁신 엔진(South Korea: Asia's second innovation engine)' 보고서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서는 혁신 성장 기여국으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지난 10년간 빠르게 늘어온 임상시험이 최근 정체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장기간의 승인 절차와 엄격한 특허 연장 규정, 복잡한 보험 급여 체계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바이오제약 산업은 제네릭 의약품 중심에서 바이오의약품 전문 산업으로 전환해 왔다. 정부 지원 바이오 클러스터와 민간 R&D 확대,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글로벌 기업의 성장에 힘입어 고품질 바이오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허브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RNA 플랫폼과 세포·유전자 치료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며 종양학을 중심으로 혁신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 제약산업의 변화를 제네릭 의약품 생산 중심에서 바이오의약품 전문 산업으로의 전환으로 설명했다. 정부 지원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공공·민간 R&D 확대,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글로벌 바이오 기업의 성장 등이 산업 고도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바이오제약 산업 투자는 연평균 21.6% 증가해 약 29억 달러에 달했고, 한국은 고품질 바이오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허브로서 입지를 다졌다.

치료 분야별로는 신경계 질환, 대사 질환, 면역 질환에서 성과가 이어졌고, 최근에는 RNA 플랫폼과 세포·유전자 치료 분야에서도 두드러진 발전이 나타났다. 종양학은 여전히 혁신의 핵심 분야로 꼽혔다.

한국은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바이오제약 혁신 국가 중 하나로 평가된다. 한국의 바이오제약 시장 규모는 약 220억 달러로 세계 13위 수준이며 서울은 2022년 기업 주도 임상시험 부문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한국이 세계 5위에 올랐다. 최근 3년간 한국 기업들이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은 1300건을 넘어 전 세계 총계의 약 10%를 차지했다. 영국과 스위스, 일본 등 전통적인 연구개발 허브를 앞선 수치다.

내수와 수출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한국의 내수 수요는 지난해 8% 이상 증가했고, 고령화에 따라 당분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의약품 수출액은 2025년 104억 달러로 전년 대비 11.8% 증가했다. 이 가운데 바이오의약품은 전체 의약품 수출의 62.6%를 차지하며 18.2% 늘었다. 바이오시밀러 수요 확대와 국내 제약사의 CDMO 수주 증가가 수출 확대를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은 지정학적 불안정과 관세에도 여전히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남아 있다.

다만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조건은 만만치 않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바이오의약품 수출을 두 배로 늘리고, 블록버스터 신약 3개를 개발하며, 세계 3위 임상시험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은 10년간 15억 달러를 투입해 2030년까지 1200개 이상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할 계획이다. 로슈와 일라이 릴리도 각각 한국 임상시험 확대와 기술 이전, 바이오 벤처 지원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라이선스 계약 실적은 개선됐다. 한국의 혁신 신약 라이선스 계약 규모는 2025년 78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13% 증가했다. 하지만 임상시험과 신약 승인 지표는 오히려 둔화됐다. 진행 중인 임상시험 건수는 2024년 2307건에서 2025년 2175건으로 줄었고, 신약 승인 건수도 2024년 23건으로 전년보다 38% 감소했다.

ING는 이 같은 둔화의 배경으로 규제상의 어려움을 꼽았다. 장기간의 승인 절차, 엄격한 특허 연장 규정, 복잡한 보험 급여 체계 등이 한국의 임상시험 발전을 제약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보고서는 "한국이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과 임상시험, 바이오시밀러, ADC, 세포·유전자 치료, 플랫폼 기술 분야에서 아시아의 선도국 지위를 확보했지만, 다음 단계 도약은 정책 대응에 달려 있다고"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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