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신장이식 후 발생하는 무증상 거부반응의 고·저위험군을 정밀하게 선별해, 환자에게 부담을 주는 침습적 조직검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비침습적 위험 평가 전략을 입증했다.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조아라·민상일 교수팀(세브란스병원 이주한 교수, 고려대안암병원 정철웅 교수 공동연구)은 신장이식 후 새롭게 발생한 '공여자 특이 항체(dnDSA)' 양성 환자에게 '공여자 유래 세포유리 DNA(dd-cfDNA)' 혈액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무증상 거부반응 예측에 유용하다는 사실을 4일 밝혔다.
기존에는 신장 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공여자 특이 항체가 발견되면 거부반응 확인을 위해 출혈과 통증이 동반되는 침습적 조직검사를 시행해야 했다. 그러나 실제 거부반응이 확인되는 비율은 30~40%에 불과해 많은 환자가 불필요한 시술 부담을 감수해왔다. 이에 연구팀은 이식신 손상 시 혈액으로 방출되는 DNA 조각인 '세포유리 DNA'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임상적 유용성을 검증했다.
연구팀이 국내 3개 이식센터에서 신장이식 후 안정적 기능을 유지 중인 환자 123명을 전향적으로 분석한 결과, 혈액 내 세포유리 DNA 수치 중앙값은 특이 항체 양성군(1.2%)이 음성군(0.3%)보다 뚜렷하게 높았다. 특히 신장 내부의 미세혈관 염증이 심할수록 이 수치는 비례하여 상승했다. 국제 조직검사 진단 기준(밴프 지표) 적용 시, 염증이 거의 없는 단계의 수치 중앙값은 0.54%였으나 심한 단계에서는 1.6% 이상으로 나타났다.
진단 정확도 역시 크게 향상됐다. 기존 특이 항체 유무만으로 거부반응을 예측했을 때의 진단 성능 지표(AUC)는 0.74였으나, 두 검사를 결합하자 0.81로 유의하게 높아졌다.
특히 세포유리 DNA 수치가 1.0% 미만으로 낮은 저위험군 환자가 실제 거부반응이 없을 확률(음성예측도)은 97.8%에 달했다. 두 가지 혈액검사를 결합함으로써 대다수의 저위험군을 효과적으로 식별하고, 조직검사를 안전하게 보류할 수 있는 임상적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민상일 서울대병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비침습 바이오마커를 결합해 실제 거부반응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더 정밀하게 선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향후 세포유리 DNA를 임상 의사결정에 통합하면 환자 부담을 줄이면서도 이식신 손상을 조기에 발견하는 개인 맞춤형 모니터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국제외과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Surgery, IF: 10.3)' 최신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