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외면, 첩약에 2천억?" 의협 한특위, 전면 재검토 촉구

"검증 안 된 첩약에 재정 폭증… 소아·응급·분만 등 필수의료 지원이 먼저"

김아름 기자 2026.06.02 09:40:03

필수의료 붕괴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가 추진 중인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에 2000억원에 가까운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한특위)는 "과학적 검증이 충분하지 않은 첩약 급여화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 운용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이라며 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특위는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이 당초 예산을 크게 초과한 채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4~2025년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의 급여비 지급액은 총 1913억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가 예상한 1188억원보다 약 726억원이 많은 규모로, 당초 추계 대비 1.6배 수준에 달한다.

특히 투입된 재정 상당수가 중증질환이나 필수의료가 아닌 경증질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실제 기능성 소화불량에는 600억원 이상, 알레르기 비염에는 300억원 이상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의료계는 현재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상·응급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필수의료 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으며, 지역의료 공백 또한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특위는 "낮은 수가와 과도한 의료분쟁 부담으로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경증질환 중심의 첩약 급여 확대에 우선 투입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위한 재정 운용 방향과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이어 "필수의료 정상화를 위한 재정 투입은 부족하다고 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첩약 사업에는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재정을 사용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한특위는 첩약 급여화 정책의 가장 큰 문제로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 부족을 꼽았다.

정부가 한방 보장성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첩약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있지만, 첩약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한특위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치료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실험과 다를 바 없다"며 "건강보험 급여 항목은 무엇보다 객관적인 근거와 비용효과성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약 조제 및 관리 체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한특위는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제조와 처방 간 괴리, 사전조제와 대량생산, 한약재 품질관리 문제, 무자격자 조제 의혹 등 여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러한 문제는 의료계뿐 아니라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으며, 건강보험 재정은 객관적 효용성과 비용효과성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부에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에 대한 객관적 검증체계 구축 ▲경증질환 중심 첩약 급여 확대 정책 중단 ▲필수의료 분야 수가 정상화 및 지원 확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한방행위 급여 확대 정책 재검토 등을 요구했다.

한특위는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이 납부한 보험료로 조성된 소중한 공적 재원"이라며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 비용효과성이 충분히 입증된 분야에 우선 사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첩약 급여화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지원에 재정을 우선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