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가 없어 불리했던 병원, 그러나 그 한계를 오히려 전문의 중심 시스템으로 바꿔냈습니다."
이대서울병원이 개원 7주년을 맞아 '전문의 중심 필수의료 병원'이라는 독자적 정체성을 내세우며 상급종합병원 도약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전공의 부족과 코로나19, 의정 갈등 등 잇따른 위기 속에서도 중증·응급·고난도 필수의료 역량을 집중 강화하며 새로운 대학병원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대서울병원은 28일 병원 4층 오혜숙홀에서 개원 7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7년간의 성과와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유경하 이화의료원장과 주웅 이대서울병원장, 이정원 전략기획부본부장이 참석해 상급종합병원 지정 추진 현황과 필수의료 강화 전략 등을 설명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전문의 중심 체계"
유경하 의료원장은 개원 이후 지난 시간을 "전쟁 같은 7년"이라고 표현했다. 목동병원과의 근접 경쟁, 신생 병원이라는 한계, 코로나19 팬데믹, 전공의 파업과 의료대란까지 굵직한 위기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대서울병원은 이를 오히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했다. 유 원장은 "애초부터 전공의 확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를 구축하게 됐다"며 "그 결과 응급환자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대서울병원은 전문의와 진료지원인력(PA)을 기반으로 한 운영체계를 정착시키며 대동맥혈관병원, 뇌혈관병원, 엄마아기병원 등 타 대학병원이 상대적으로 기피하는 중증 필수의료 분야를 집중 육성했다.
유 원장은 "대학병원들이 암병원 중심 경쟁에 나설 때 이대서울병원은 필수의료 특화를 선택했다"며 "결과적으로 의정 사태와 응급의료 위기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 의료를 실제로 지탱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상급종합병원 자격 충분"… 중증 필수의료 경쟁력 자신
이대서울병원의 핵심 목표는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진입이다.
주웅 병원장은 "중증도와 진료 역량 등 대부분의 지표는 사실상 만점에 가깝게 충족하고 있다"면서도 "전공의 숫자가 반영되는 일부 구조적 지표에서는 신생 병원으로서 불리함이 존재한다"고 토로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평가 항목 가운데 '의사 1인당 환자 수' 지표는 전공의 숫자가 포함되기 때문에 전문의 중심 병원 구조인 이대서울병원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 병원장은 "복지부에도 전문의 중심 병원의 현실을 반영해 '전문의 1인당 환자 수' 기준으로 개선해달라고 건의했지만 이번 평가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중증질환 종류와 환자 위중도, 응급 수준 등을 종합하면 국내 최고 수준의 중증 필수의료를 수행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대서울병원 대동맥혈관병원은 국내 전체 대동맥 수술의 3분의 1 수준인 연간 1200례 이상을 시행하고 있다. 병원 측은 이를 대표적인 필수의료 경쟁력으로 꼽고 있다.
"장비·인재 모두 필수의료에 집중 투자"
병원은 중증 필수의료 역량 강화를 위한 첨단 인프라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이대서울병원은 국내 최초로 양자계수 CT(Photon-counting CT)를 도입했으며, 동북아 최초 차세대 PET-CT인 '비전 쿼드라 PET'도 구축했다. 여기에 중환자실과 고위험 산모·태아 집중치료 인프라도 확대 중이다.
주 병원장은 "모든 투자의 방향은 결국 중증 필수의료 강화에 맞춰져 있다"며 "진짜 중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되기 위해 의료진과 장비, 시스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진 영입 전략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과거 대학병원 특유의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출신 학교와 병원에 관계없이 실력 중심으로 인재를 적극 영입했다는 설명이다.
주 병원장은 "이대 출신만으로는 절대적인 인력 확보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능력 있는 중견·시니어 의료진을 폭넓게 영입했다"며 "이제는 더 큰 꿈과 비전을 위해 이대서울병원을 선택하는 의료진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름만 붙인 센터 아닌, 실제 환자 살리는 병원으로"
이대서울병원은 향후 상급종합병원 지정 이후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중증응급 거점병원 역할까지 수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주 병원장은 "정부나 지역사회는 권역센터라는 이름만 붙이면 의료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결국 의료진과 장비, 시스템이 실제로 갖춰져야 진짜 중증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대서울병원은 응급환자와 중증환자가 치료받지 못해 다른 병원을 전전하지 않도록 이 지역 안에서 완성형 의료를 제공하는 병원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진짜 상급종합병원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유경하 의료원장은 병원 지하 2층에 새롭게 조성된 '오픈형 이화 책방'도 소개했다. 환자의 아픔에 함께 공감하고 치유하는 '사람 냄새나는 병원'을 만들겠다는 이대서울병원의 철학이 담긴 공간이다.
유 원장은 "환자의 아픔에 함께 울 줄 알고, 환자의 삶과 이야기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 싶었다"며 "의료의 본질은 결국 사람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직원과 환자, 보호자 모두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인문학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이대서울병원이 단순히 치료만 하는 병원이 아니라 사람 냄새 나는 병원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위기를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온 이대서울병원이 중증 진료 역량과 굳건한 필수의료 수호 의지를 앞세워 상급종합병원이라는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