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걸이가 어딘가 어색해지고, 화장실을 못 참는 일이 잦아지고, 며칠 전 일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 많은 분들은 '나이 드니까 그렇겠지'하고 넘기거나, 혹시나 치매가 시작된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내원한다. 그런데 이러한 증상들이 같이 나타나면 '정상압수두증'이라는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정상압수두증은 뇌와 척수를 감싸며 순환하는 뇌척수액이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고 뇌실에 고여, 뇌를 서서히 압박하는 질환이다. 뇌 안의 물(뇌척추액)은 많아졌는데, 뇌압은 정상 범위로 나타난다. 그래서 초기에는 단순 노화나 다른 질환으로 오해되는 경우가 많다. 정상압수두증은 70세 이상 100명 중 약 2명에서 발생할만큼 생각보다 흔하다.
정상압수두증은 보행장애가 먼저 나타난다. 걸음이 느려지고 발이 바닥에 붙은 듯 잘 안떨어지며 걸음걸이가 이상해졌다는 것이 중요한 신호다. 기억력 저하, 멍해짐, 판단력이 감소해 치매로 오인되기도 하며 소변이 자주 마렵고 참기 어려운 배뇨장애도 생긴다.
치료의 핵심은 뇌척수액을 다른 곳으로 빼주는 것이다. 척추센터(신경외과)에서는 머리를 여는 방식이 아니라 요추복강단락술(허리에 가는 관을 넣고, 그 관을 복부까지 연결해서 뇌 척수액을 배출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수술 후 가장 먼저 좋아지는 것은 보행이다. 걷는 속도가 개선되고 균형감이 회복되며 일상생활 능력이 향상된다.
세란병원 척추센터 최수용 과장은 "요추복강단락술은 머리를 열지 않아 부담이 적고 절개 범위가 작아 회복이 빠르다"며 "고령 환자이거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아 뇌수술 부담이 큰 경우, 척수 압력 검사에서 반응이 좋은 환자에게 적합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최 과장은 "정상압수두증은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이라 방치하면 증상이 악화된다. 보행장애가 가장 먼저, 심하게 진행되는데 시간이 지나면 보행이 거의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인지기능 저하는 늦으면 치매와 구분이 어려운 상태까지 진행한다"며 "다만 조기에 발견하면 호전 가능하므로 걸음 이상을 중요한 초기 신호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